말로 수학 시험공부 시키기

누가 시험 보는 것인지 참.

by 배써니

모르겠다.

함수랑 순열, 조합 뭐 그런 시험범위인 것 같았다.


시험을 누가 보니.

내가 보니.


왜 나만 열을 내는지 모를 일이다.


학교에서 나눠 준 프린트만 잘 보고 공부하면 되는데,

그걸 안 하고 귀찮아해서 점수를 그 지경으로 맞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수학은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하는 건 문제에 정의된 조건이다.

그것만 잘 인식하고 풀어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수학이 어려워 보이면서 쉬운 이유다.


중학교 2학년 때 나오는 일차함수가 함수의 정의로 나왔다.

나는 이유를 물었다.

왜 y를 쓰지 않고 f(x)를 쓰니.

그리고 함수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 중에 틀린 것을 고르라 했다.

의외로 학생들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일대일함수와 일대응대응의 정의를 말해보라고 했다.


일대응대응은 일대일함수이다.라는 말이 참인지 물어봤다.


일대응대응은 일대일함수가 되기 위한 무슨 조건인지 물었다.


항등함수의 정의는 뭔지, 상수함수는 뭔지 물어봤다.


정의역, 공역과 치역이 뭔지 물었다.


대부분 숫자로 주어지는 것은 잘 푼다.

그런데, 이렇게 말로 물어보면 정확히 대답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왜 f(x)=y냐고 묻는 학생도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정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굳이 설명해보라 한다.


나는 항상 f(x)를 동전을 먹고 있는 자판기라 얘기한다.

소문자 x는 자판기 안에 동전이 들어가는 자리를 표시한 거라고.

중학교 때는 y라 하고 y가 왼쪽에 오는, y에 대한 등식으로 표현한 것을 고등학교 때 오면 f(x)로 표현한다.

내가 고등학교 때 처음 f(x)를 만났을 때는 너무 생소했었다.


그래서 고등버전에서는 f:X->Y라는 걸 단체 미팅하는 것으로 예를 든다. 마침 1호는 연애사업 중이라, 이렇게 말을 꺼내면 눈을 빛낸다. 이 미팅에서는 여자만 선택할 수 있다고.(사실 남자들이 선택하는 미팅자리는 나때도 없었다.) X안의 원소는 각각 여자들이고, Y안의 원소들이 남자라고.


사랑의 화살을 받은 남자애들이 몰빵을 받을 수도 있고, 사이좋게 1명씩 매칭될 수도 있다면서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러면 절대 함수의 정의를 잊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말로 수학을 설명해 보라고 시켜왔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1호는 내가 이런 식으로 공부시킨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다음부터는 나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시험이라 해서 대충 물어보니 버벅댄다.


다음날이 1호의 시험인데, 나만 열을 내고 있다.


내가 시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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