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하고싶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입학식을 하면 대부분 입학하는 자녀위주로 학부모들이 참석한다. 입학식에는 모든 교직원들이 나오기에 교직원도 모두 필수 참석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직군이 모이는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면할 교직원들이다.
나도 대면하는 직군에 속하니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내아이 입학식은 못 간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 대신 가 줄 보호자가 있으면 괜찮지만, 요즘어디 그러는 집이 흔한가.
내가 주양육자이면서 가장인 경우 그건 사치다.
입학식 후 학부모 위원을 뽑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가 가장 많이 모이는 때가 이 때 밖에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이 때가 대목이다. 학부모들 역시 내 자녀의 담임이 궁금하니 당연히 교사의 말을 그 어느 때보다 경청한다.
우리 유치원에서 학부모 워원을 뽑는 걸 보니, 나도 우리 애 다니는 학교 학부모워원을 뽑는지 궁금했다. 학부모 워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활동시간 때가 어떤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들어보니, 대부분 교사가 교육업무가 끝난 뒤 하는 것 같았다. 대략 오후2시나 3시에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 시간은 내가 한창 일할 때다.
이 전에는 왜 해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 후회된다. 지금 시켜주면 잘 할것 같은데.
예전처럼 교사들이 고압적이지도 않고, 부모들도 괜찮으신 분들이 위원하시는 것 같아서일까.
사람마음 참 간사한 것 같다.
지금 계시는 학부모위원장님과 학교운영위원 관련 사업을 맡으신 학교선생님이 소탈하셔서 그런 것 같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하는 두 분이 마음 편하게 해주셔서 그런 걸까.
사실 연락하는 것도 요즘 민감하게 받아들일 사안처럼 느껴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교사 퇴근시간 4시30분 전에 맞춰서 전화 하려고 노력한다. 아니면 2시나 3시이후 알람 맞춰놓고 연락하려고도 한다.(학부모상담시간이 평일 5시이후에 된다고 상담신청서에 써서 보낸적이 있었는데, 전화 받지마자 퇴근도 못하시고 죄송해요. 라고 말히니, 극도로 짜증내면서 "네, 그렇게 되었네요"라고 하던 담임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간은 흘러가 버리고 학부모 위원을 해보고 싶어도 못 한다. 사실, 이것도 경쟁이 있어서 많이 지원하면 투표로 결정되긴 한다.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더 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정말 하고 싶은 건지 모를 만큼 못 하는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