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귀가 시간

학기 초 실랑이 시간

by 배써니

유아가 "유치원이 너무 좋아요." 란 말을 들으면 부모도, 나도 기분이 좋다. 부모는 보내는 동안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다. 모르긴 해도 아침 유치원 등원에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나도 맡는 동안 최선을 다하게 된다. 부모와 함께 대면해야 하다 보니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고 싶다.


그래서 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계획한다. 성인인 나와의 상호작용, 애들끼리의 상호작용 등을 생각한다. 선생님하고만 얘기하는 것도 별로 안 좋다. 친구와 지내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구에게만 같이 있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 완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처음 3월은 서로 잘 모르는 시기이다. 그래서 '적응기간'이라고 한다. 이 적응기간은 유아도, 부모도, 교사도 마찬가지다.


6살 반에서 경험을 하고 7세 반에 올라와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엄마를 찾는다. 새로 바뀐 반, 새로 만난 선생님은 설렘도 일으키지만, 두려움도 있기 마련이다. 새로운 규칙은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서투르기 마련이다. 6세에서는 허용되었던 말과 행동이 7세에서는 약간 규제된다.


이런 규칙들, 생소한 것들 때문에 대부분 유아들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한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고, 즐거웠어도 친구들이 다 가고 혼자 남게 되는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겨우 친구랑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마지막 친구마저 가버리는 경우, 즐거워서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얼굴, 바로 엄마가 생각난다. 그 마지막 친구가 가는 걸 보면서 울먹이며 말한다.


"우리 엄마는 언제 와요."


내가 이것저것 놀이를 권해 보지만, 이미 보고 싶은 엄마를 찾는 순간 나는 패배자가 된다. 오늘 하루 동안 열심히 즐겁도록 계획한 그 모든 것이 '슬픔'으로 대체된다. 그것은 바로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아요."로 바뀐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유아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귀가시간을 정해 달라고.


하지만, 오전교과과정교사가 하원시간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부모가 오시는 대로 애들을 준비시켜서 보내라고 한다.


그러면 또 어쩔 수 없다. 물론, 유아교육법에는 교육과정 이후의 시간을 방과후과정이라 칭하고 이를 맡은 사람이 운영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리자는 유치원 하루의 전체 과정을 교과과정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기 때문에 방과후과정을 맡은 이는 교과과정 교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의견이 다를 경우 교과과정 교사의 말을 들어준다.(자율적이지 않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놀잇감을 잔뜩 늘어놓고 놀이하는 친구면 스스로 정리하도록 시킨다. 자기가 놀이한 것을 정리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다. 부모가 왔다고 그냥 내보내면, 다음에는 정리하지 않는게 당연하게 된다. 유치원은 키즈까페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부모가 기다리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또 늦게 보낸다고 불평삼는다.


한편, 부모입장은 또 다르다. 혼자 남아 있어도, 애가 유치원 재미있다고. 가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늦게 가도 괜찮겠지 생각을 할 수 있다. 이게 참, 밀당도 그런 밀당이 없다. 분명 애가 늦게 오라고 해서 늦게 왔는데, 왜 늦게 오냐고 애한테 타박을 당한다. 그래서 다음 날은 일찍 데려가면 왜 또 일찍 왔냐고 한다. 부모도 종잡을 수 없는 아이 마음이다.


그런데, 원래 아이들은 종잡을 수 없다. 표현도 서툴다. 6살, 7살이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표현할 것인가. 그냥 그날의 소회를 말한 것뿐이다. 여름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시원했었다. 비가 그치고 더워지니 짜증 났다. 이런 것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오늘 좋았다 해서 내일 좋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그냥 그날, 그때가 좋았던 것을 그렇게 표현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하원하는 시간을 딱 맞추는 것이 좋다. 비교적 시간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부모들은 아이의 요구에 따라 하원시간을 바꾼다. 딱히 가족행사 등으로 하원시간이 달라질 경우 빼고는 평소에 하원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다. 그래야 아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치원에 온 이상 어쨌든 유치원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적응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물론, 무조건 그러면 처음에는 당연히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아이에게 충분히 이야기하고, 지키면 어떤 점이 좋은지 얘기해 주면 된다.


특히 안 좋은 것은 하원할 때 아이 탓을 하는 것이다. '네가 늦게 오라고 해서 늦게 왔잖아.'라고 말하는 것은 보고 싶은 엄마에게 상처를 받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다음에 일찍 올게.'라고 바로 섣부른 약속을 하는 것도 안 좋다. 다음 날 갑자기 일이 생겨 늦어 버리면 엄마가 하는 말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그저,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우리 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 먹을까?"와 같이 감정을 인정해 주고,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해 주면 된다.


아이가 서운 했던 감정을 읽어준답시고, 그것에 초점을 맞춰 계속 얘기하게 되면 아이는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또 울거나 떼를 쓰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 바로 다음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떼를 쓰면서 우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런 경우는 해 묵은 감정이 현재 감정과 함께 버무려져 올라온 탓이기에 이전에 그냥 넘겼던 일이 많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해마다 귀가 시간을 물어보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하지만, 똑같은 일이 항상 반복된다. 나는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이 현상에 항상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지없이 올 한 해 어떻게 되어 갈지 눈앞에 보인다. 그냥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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