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인턴과 함께한 유치원 일상

노인 근로자와의 업무 분담과 소통 방식, 유치원 현장에서 경험한 시니어

by 배써니

오래전에 '인턴'(2015년 작품, 앤해서웨이, 로버트드니로 주연)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앤 해써웨이가 주연한 영화로 30대 CEO면서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작은 사업체를 꾸리는 여성과 은퇴한 중역 노신사가 이 사업체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은퇴를 하면 당연히 노후를 즐기며 보내야지, 무슨 일을 다시 하나? 그리고 저건 은퇴 한 다음 경제적 궁핍으로 다시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 란 생각이 많이 지배했다. 우리나라 사정과는 맞지 않는다고.


경제적 상황 때문에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영화에서처럼 사회생활을 계속하고 싶어서 자원봉사 같은 느낌의 인턴은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딱 10년 후, 지금 노인 일자리 사업이 어느 지자체나 시행 중이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2024년 작품, 이정은, 정은지, 최진혁 주연)라는 드라마에서도 시청 공무원 준비생이 한순간에 50대가 되어 버려 시니어 노인인력 공공근로직을 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잠깐이나마 시니어인력의 일을 간접경험해 보았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7일 오전 10_33_48.png 시니어 인턴인력과 젊은 관리자


이제 시니어인력은 우리의 삶에도 들어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 유치원에도 시니어 인력이 온다. 하루 3시간 월 20일 근무조건이다. 근무일이 20일이 넘어가면 무조건 휴무일이다. 그래서 월말에는 2-3일 안 오시기도 한다. 물론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사업은 아니다. 시군구청이나 노인인력센터 같은 곳에서 학교 쪽으로 공문을 보낸다. 그러면 학교에서 기관 쪽에 신청을 하고 인력을 배정받는다. 기관에서는 시니어 분들에게 소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신청한 학교에 파견해 준다.


만 65세 이상만 신청 가능하다고 해서 대부분 오시는 분이 평균연령이 68세~70세 정도 되신다.


어르신이니 당연히 푸근하기도 하고, 정감 넘치신 분일 것이라고 우리는 기대한다. 연로하셔서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은 부탁드릴 수 없다. 간단한 정리나 청소나 아이들 신변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십사 부탁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건 그냥 부탁드리는 일만 해 주시면 되는데, 어르신 분들은 가끔 열정에 넘치셔서 일을 찾아서 하신다. 그러시면서 아프시다고 하실 때 정말 난감하다.


어떤 어르신은 같이 일하는 다른 어르신과 자신과 누가 더 열심히 하는지 평가하는지 물었다.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우리가 하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하는데, 동시에 할 수가 없으니, 그 일을 분담해 드리는 것뿐이라고 말씀드렸다. 안 믿으신다.


또 다른 어르신은 자신에게 말을 붙이지 않아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일이 엄청 바쁘면 내 일도 챙기기 버거울 때가 있다. 사실 시니어 분들도 일하러 왔는데, 멀뚱히 있기만 하면 그것만큼 가시방석이 없다. 하지만, 사회성 만렙인 어르신은 영화 '인턴'에서 보여주는 자신이 도움이 될 부분을 잘 캐치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런 어르신은 손에 꼽긴 하다.) 그걸 알고 있기에 우리는 업무를 분담하면서 말도 잘해야 한다.


마치 시어머니에게 집안일 부탁하는 기분이랄까?(요즘은 그렇지도 않겠지만.)


나는 약간의 싫은 소리를 듣거나 내가 하더라도 업무적인 것이면 다음 대화주제에 감정을 섞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약간의 언쟁이 있더라도 다음 주제에서는 목소리에 감정을 빼려고 많이 노력한다. 언쟁 중 언쟁의 주제 회피를 위한 다른 주제로 환기시키려는 것은 제외지만, 언쟁이 일단락된 후 전혀 다른 주제로 얘기할 것이 있으면 다시 맑고 밝게 말한다.(2호는 그런 나를 보고 '맑눈광인'이라 하기도 한다.) 나름 오해 없도록 하는 나만의(?) 업무 소통 방식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다. 괴롭다.

그중 가장 괴로운 건 임의로 업무를 바꾸거나 기존의 업무를 하시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면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랄까.(그래도 지킬 건 좀 지켜주시면 좋겠다.)


'인턴' 영화에서 보면 나이가 어린 관리자가 나이 많은 인턴에게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나온다. 바로 '일하는 방식'이다. 시니어인턴은 한때 중견관리자였던 자신의 노하우가 있지만, 변화된 환경은 더욱 그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직접적인 일처리는 못하지만(컴퓨터, 엑셀 등) 젊은 CEO의 개인적인 가정문제를 도와줌으로써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인생문제에 조언을 해주고 그녀가 해보지 못해 어려워하는 것을 도와준 걸 더 고마워한다.


유치원에서도 부탁드리는 것만 잘해주시면 오후에 지친 유아들을 잘 돌보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시니어인턴에게 직접적인 업무의 도움보다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드는 윤활유의 역할을 더 바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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