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놀이도 학원 다녀야 할 듯.
요즘 강남에 '7세 고시'니, '4세 고시'니 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 여파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노는 거다. 3세 때 한글 띠고, 4세부터 학원에 가기 위해 학습지를 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애들은 하루 종일 놀아도 그 노는 것이 아쉬워 잠에 들지 않으려고 눈에 부릅뜬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이 재미나는 놀이는 오늘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이렇게 삘(?) 받아 더없이 재미지게 놀았던 이 순간은 찰나이고, 다음은 이런 삘이 안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른인 나는 "내일 또 놀자.", "내일은 더 재미있겠다. 오늘 이렇게 재미있었으니, 내일은 더 재미있을 게 분명하잖아." 등의 말로 아이들을 달랜다.
이렇게 노는 게 재미있는데, 벌써부터 학원에 가서 뭔가를 기술적으로 '학습'에 길들여져야 한다니.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공립유치원의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인 놀이중심과 유아중심 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 교사는 유아가 등원하는 순간부터 2시까지 이뤄지는 교육과정 내에서 유아들이 선택한 놀이로 스스로 배워가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교육은 일단 아이들이 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정해진 주제가 있고 가르쳐야 할 아주 기본적인 것은 교사가 계획해서 한다. 초등수업처럼 짜인 수업은 대체로 없다. 어찌 보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발명과 문명은 필요에 의한 것이 많고, 그 필요도 즐거움을 위한 것에서 시작되고 발전된 경우가 많다. 아주 흔한 것이 바로 문자이다. 우리는 글자와 숫자, 그리고 기호로 얼마나 많은 지식들을 함축해 왔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자는 놀이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논다"는 것은 예로부터 여유가 있는 부자든, 그렇지 않든 인간은 "유희"를 즐긴다. 더 즐겁고 많이 놀기 위해 효율성을 중시하게 되고, 그 필요는 문자를 발명했다. 이 문자를 가지고 우리는 숫자놀이도 하고 문자놀이도 한다.
문자를 암호로 만들어 은밀한 내용을 전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문자로 자신들끼리만 아는 것을 만들어 서로 소통하며 재미있어한다.
가끔, 유아들이 영어유치원에 다니다가 많이 안 좋아진 상태로 다시 공립유치원에 가는 경우도 본다. 공립유치원에서는 놀이하는 시간이 필수적으로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놀이중심교육과정을 따르지만, 원장의 철학과 원의 방침에 따라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이기에, 공통된 과정을 주로 운영한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
아이들이 즐거움 속에서 배운다는 것은 만고불변, 국적불문 통용되는 사실일 것이다.
좀 늦게 배우면 어떠랴.
걷다가 좀 넘어지면 어떠랴.
어차피 한 번 넘어지는 것 지금 넘어지면
스스로 안 넘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배운다.
조금 느슨하게 마음먹고,
들판에 핀 민들레처럼
그렇게 바라봐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큰다.
그렇기에 아이를 끌고 학원에 두리번거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