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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깨고 나오는 삶, 아이와 함께 다시 태어나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 한 사람의 세계를 끝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

by 배써니

나는 낳았으니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3일 오전 09_57_14.png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


오은영 박사는 아이는 이제 소비재라 말한다. 아이에게 드는 비용이 못해도 3억 이상 든다나.

예전처럼 노후도 보장받기 어렵단다.


이젠 아기를 낳으면 직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민폐 덩어리가 된다.

같은 동료여자들마저도 자신의 일이 늘어나니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으로 한껏 눈총을 받는다.


노키즈존은 또 어떠랴.

아이와 함께 하는 공간을 따로 찾아보아야 한다.

외식한 번 하기도 힘들다.


잔병치레하지 않고

밤잠 잘 자고

밥 잘 먹기만 해도

그 아이는 정말 눈에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순딩이 아이다.

영유아시기에는 이것만 잘해도 별로 힘들지 않다.


쪼금 자라서 애들과 어울려 놀 시기가 되면

양보도 잘하고,

친구의 말도 잘 들어주지만, 자기의 요구도 잘 표현할 줄 알면

아무것도 안 해도 인기만점이다.

같이 있는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건 덤이다.


사실 이렇게 키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만 해선 또 뭔가 부족하다.

비용이 함께 들어가면서

그럼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으면

왜 낳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간접적으로 지켜본 미혼과 딩크기혼들은 말한다.


안 낳길 잘했다.


내가 들은 공통적인 말 중에는 이렇게 잘해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와 1호, 2호와 갈등을 빚고 있을 당시에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그 말이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나오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 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라는 말이다. 내가 1호를 낳을지 낳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속한 세계를 가차 없이 떠나려고 했었나? 알 속에 편안하고 안락한 그 세계를 왜 떠나려고 했었을까? 결국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돌이켜보니, 1호를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긴 하다.)


1호의 탄생은 나에게 내가 속한 세계를 떠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였나 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지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알 속에 있었던 나와 그 알을 깨고 나온 나.

이 둘은 이름과 알 속에 있었던 기억과 추억만 공유한 상태일 뿐,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느낀다.


낳든 안 낳든 지금은 선택지에서조차 아예 밀렸다.


하지만 낳을 것이라고 결정했다면,

축하드린다.


당신은 알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며,

이전 존재와는 다르고 새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인생 2회 차를 살 것인지 허덕이며 살 것인지는 당신이 만들기 나름이다.


오늘도 육아로 성장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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