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사e 고

유치하다는 말, 확실히 알겠다.

TV대선 토론을 보는데, 우리 반 애들이 있는 줄 알았다.

by 배써니

우리 반에는 진짜 서로 삐지기도 잘 삐지고 금방 화해하고 놀기도 한다. 정말 5분 사이에도 몇 번이나 친한 친구가 바뀌는지 모르겠다.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서로 잘 놀다가 어느 한 가지에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다. 대부분 친구가 자기 생각대로 안 해줄 경우이다. 놀잇감이 적어서 그럴까? 아니다.

충분히 주어도 문제가 생긴다.

자기 뜻대로 친구가 안 해줘서가 가장 큰 이유다.


같이 놀고 싶은, 이른바 인기 있는 친구를 독차지하려고 할 때도 이런 갈등은 생긴다. 인기 있는 그 친구는 자기랑 잘 맞는 친구랑 놀고 싶어 한다. 선택받지 못한 친구는 그것에 약간의 유감을 가진 채 놀다가 시비를 건다. 그 시비는 아주 다양하다. 놀잇감을 독차지하고 안 줬다는 이유다. 그러면 그 친구가 그 놀잇감을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도 있다. 놀잇감을 순순히 주는 경우에도 다시 다른 걸 인기 있는 친구에게 요구한다. 계속 요구만 당하면 당연히 그 친구도 화가 날 것이다. 그래서 거부하면, 그걸로 쪼르르 나에게 와서 이른다.


물론 단적으로 그 일이 일어난 끝에만 보면 인기 있는 그 친구가 거절한 것을 문제 삼으면 요구만 했던 아이는 계속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떻게 된 것인지 본 나는 요구를 계속했던 애를 먼저 부른다. 그러고 나서 인기 있는 그 친구도 불러 얘기한다.


이런 방법을 써 왔던 하니와 주니가 맞붙었다. 자동차를 먼저 가지고 놀았던 주니는 하니랑 놀기 싫었나 보다. 그런데 계속 하니가 놀자고 하니까 대꾸도 않고 피한다. 그런데도 무시하고 하니가 주니의 자동차에 블록을 올려놓았다. 주니가 하니의 블록을 훽 밀어 버린다. 하니가 대뜸 왜 그러냐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주니가 왜 소리를 지르냐고 맞받아친다. 그러면 하니가 너도 소리 지른 적 있지 않냐고 말대꾸한다.


노상 이런 일이 반복된다. 둘이 불러서 얘기해도 그때뿐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그날 유튜브에 TV대선 토론이 알고리즘에 떴다. 2차 토론이었나 보다.


대통령이 되면 사회현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포부(?)나 정책(?)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서로 그때 왜 그랬냐며 청문회를 보는 것 같았다. 재원마련은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떤 정책이 이런 관점에 서 시행될 것이다 등등을 국민들에게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자리가 아닌지 모르겠다.


대선토론은 사회자가 지명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질문한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정책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데, 그 질문 수준이 너무 질이 낮았다. 국민들이 저런 걸 궁금해할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내내 짜증이 났다.


나는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각 후보들의 교육정책이 궁금했다. 그런 건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다. 누가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그런 얘기만 질문했고, 답변도 시원찮았다. 이전 정권에서 교육에 대한 재정을 삭감했기에 그 여파가 유치원까지 밀려옴을 피부로 느꼈다. 그래서 관심 없던 나 같은 필부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로 지난날의 허물을 들춰내며 왜 그랬냐고, 너도 그러지 않았냐는 그런 얘기들을 대통령후보 사이의 토론장에서 들었다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정치는 모른다.

하지만, 유치원 꼬꼬마 아이들 3명이 모이더라도

옳고 그름을 따진다. 이 대선 토론이 유치원생과 같은 양태를 보이는 게 나만 불편한 건지 모르겠다.


일단, 어찌 되었든 이 조기대선 선거는 '계엄'을 저지하고 치러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명분을 충분히 가진 후보가 정당성을 선점했기에 어느 정도 표심을 확보한 상태로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찌 보면 양당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유치원생 같은 토론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양당이 아니라 다(多) 당이 되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는 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