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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Aug 18. 2023

유치원에서 대체 뭘 배웁니까?

그러게요. 뭘 가르칠까요?

요즘 학부모 갑질을 보며 이젠 좀 덜하겠지 생각을 했다.

웬걸.


나는 유치원에서 대체 뭘 배우냐는 소리를 학부모에게 들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걸까?

아니면 

내가 계약직이라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


다행히 유치원에서는 계약직임을 잘 모른다.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 해에 담당하는 돌보미라고 생각하니까, 공립이든 사립이든 민간이든 생각하지 않는 학부모인 것이다.


나는 내가 계약직이라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치열한 임용고사를 통과하고 온 교육과정 오전 선생님에게도 그런 막말을 한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망발일까? 


사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그런 말을 듣긴 했다.

초등1학년 담임선생님이 너무 힘든 나머지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다.


"요즘 유치원에서는 뭘 배우는지 모르겠어요. 애들이 가위질도 제대로 못하고 정리정돈도 전혀 못해요. 다음 수업준비도 안 하고 책상에 그대로 어질러져 있고, 정말 뭘 배우는지 모르겠네요. 누리과정이 놀이중심교육과정이다 뭐다 해서 애들이 전혀 배우지 못하고 1학년 오는 것 같아요. "


그 선생님은 아마도 내가 유치원에서 일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나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놀이중심교육과정을 유치원에서도 펼치기 힘들다는 것을 초등학교선생님은 까맣게 모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3월에 학급규칙을 제대로 정해놓지 않은 반이거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많이 허용해 주거나, 또는 학부모민원으로 교사가 학급운영에 많은 가담을 하지 못하거나 할 때 약간 긴장이 풀어진 4월에서 5월이면 난리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별난 아이도 있기에 그런 반은 학급규칙이 모두 지켜지는 것은 1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그런데, 학부모에게서 듣는 이런 "대체 유치원에서는 뭘 배웁니까?"라는 질문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유치원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모인다. 

진짜 놀이중심교육과정에서 말하는 '놀이 속 배움'은 아이들의 사전경험과 사전지식에서 나온다. 교사는 그걸 잘 캐치해서 활동으로 엮을 뿐이다. 


즉, 유아버전 입학사정관제(?)라고나  할까.


현재 2019 개정누리과정은 유아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별적 특성을 살려 교육하는 것인데, 이것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양질의 가정환경과 가정에서의 경험이 매우 중요시된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입장에서는 애가 유치원에 가서 새로운 걸 배워 오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새로운 걸 배워와야 꼭 배우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학부모들에게 2박 3일로 부모교육프로그램이나 주 2회 회당 2시간씩 4주로 부모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유치원에서 진정 배워야 하는 것은 인성의 기초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뼈대를 만드는 것이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선과 악 등 모든 감정적인 것과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계속 자극시켜 줄 또래 친구와 이를 잘 중재해 줄 선생님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한 두 명 밖에 낳지 않는 요즘,

그렇게 많은 또래를 한 번에 만날 기회가 어디 흔한 것일까?


그리고 많은 지식이나 경험을 혼자 다 경험한들

그 경험을 나누고 즐기는 경험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지식은 절대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자체가 바로 유치원이다. 

그래서 유치원이 처음 학교이다.


유치원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대신 책임도 배우며,

그래야 초등학교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책상에 앉을 수 있다.


유치원에서 정리정돈을 배우지만,

가정에서 엄마가 대신해준다면(사실 엄마가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유치원에서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게 된다.


유치원에서 배우지만,

유치원 밖에서 그 배운 것이 통용되지 않는다면

배우나 마나 휘리릭 사라진다.


실컷

선생님을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정작 부모가 선생님에게 그렇게 따지고 들면

절대 아이는 선생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제2의 보모일 뿐이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대체 뭘 배우느냐고?

선생들은 가르치지만, 아이들이 배운 걸 쓸데가 없다.


또한 요즘은 가르치지 않는 교사도 많아졌다.

가르쳐봤자, 학부모에게서 민원이나 받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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