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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Aug 19. 2023

진짜 아기를 안 낳는 이유 2

이것도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아기를 낳는 것이 그렇게 불안하다면,

그래,

불안하지 않다고 치자.

그까짓 거 내가 겪지 않는 미래인데,

내일의 내가 잘 처리해 줄 거라 믿고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했다 치자.


그래도 걸리는 건

뭘까?




내가 자랐을 땐,

방 한 칸에서 식구 네 명이 모두 생활했다.

그때는 코로나 같은 질병도 없었고,

위생관념도 지금만큼 철저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집 안에서 아빠가 담배를 피우고,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짜장면은 운동회나 졸업식 때만 먹는 특식이었고,

소풍 가면 엄마가 모처럼 김밥을 싸주면 아까워서 다 먹지도 못했다.


엄마가 일을 하느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우산 없이 동생과 집까지 세찬 비를 맞으며 왔었다.

집에 와서 연탄불 한 번 보고


엄마가 이불빨래하는 큰 대야에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찬 물 한 바가지 섞어서

온도 맞춘 물에

홀랑 옷을 벗고

동생이랑 함께 샤워하고 나왔다.


그리곤, 엄마가 만들어 놓은 차갑게 식은 떡볶이 한 접시 퍼서

동생이랑 낄낄거리며 오후 5시부터 하는 만화를 보면서

누가 더 많이 먹나 시합하는 것마냥

게걸스럽게 먹었다.


아빠 오시면 엄마가 만들어 놓은 밥과 반찬을 데워서

차려 드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 모든 걸 다 해야 했다.






그땐 다 그랬지, 무슨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구구절절 다 늘어놓느냐 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무슨 꼰대 같은 말이냐고.


그런데, 내가 살았던, 유년시절의 출발점이

지금의 2030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어릴 때 이 모든 것을 다 참고(사실 어쩔 수 없었지만)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그렇게 자랐을까?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손해가 된다 싶으면

무조건 권리를 찾으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자란 시대는 불안한 시대를 겪었다. 더러는 자신의 부모에게 결혼하지 말고 마음껏 살라고 들었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말을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해야 할,

하고 싶지 않지만(물론 아이는 예쁘고, 낳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뭔가가 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한다.)

해야 할 것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내가 결혼을 한 상태라면,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2030 세대라면,

나도 아기를 낳는 것에

다시 한번 재고 따지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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