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써니 Jul 06. 2024

작은 학교, 작은 공원, 구축 저층아파트

사교육 없이 밝게 맑고 어린이답게 키우고 싶다면.


요즘 신축아파트와 같이 사는 곳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대한 용도가 조금 더 바뀐 듯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제곱미터(사실 85제곱미터 미만이 국민평형) 이하를 보면, 방을 4개로 만든다던가, 주방을 다른 형태로 마치 접대실 같이 만든다던가 하는 모습이 많다.


하지만, 다른 부분을 고려하는 것도 있는데, 신혼부부같이 결혼을 앞둔 사람들인 경우, 태어날 아기의 양육을 위해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선정하기도 다. 물론 제1순위는 직장과의 거리를 중요하게 삼지만, 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면 당연히 2세까지 고려해서 집을 구할 계획을 세운다.


집을 구할 땐,  중고등학교시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초등기에는 아이들이 이웃과의 교류, 친구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곳, 가족과의 교류경험이 많을 수 있는 곳으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곳은 구도심이다. 저층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 입구에는 100명 수용 가능한 아주 큰 어린이집이 있다. 빌라와 아파트, 원룸,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작은 병원과 의원, 한의원, 편의점, 몇 개의 예체능학원과 교과목 학원, 은행, 관공서, 할인마트 등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바로 옆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어, 사실 내가 사는 곳이 개발될 여지는 전혀 없다. 그래서 집값도 (내 생각뿐이지만) 저평가되어 있다. 그러나 전세가율은 매우 높은 편이어서 매매가의 70-80%에 이른다.


도로 건너편에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그 아파트 단지 안의 초등학교는 한 학년 학급이 10 학급 이상 된다. 당연히 세대수가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파트 단지 안에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이 2-3개가 있다. 그 아파트 단지는 그래서 아이를 맡기기도 쉽다. 또, 서울 가기에도 용이하다. 강남으로 가는 버스노선과 고속도로로 10분 안에 진입이 가능하다.  


대부분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걸 더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내 쪽에 있는 초등학교 위치가 더 좋았다. 초등학교 바로 앞에 얕은 산이 있어서 학교에서 산을 이용한 프로그램도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코로나 전까지는 산에 올라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또 학교가 400여 명이 전부인 학교라 한 학년에 많으면 3 학급 또는 2 학급이었다. 한 학급에 24명 정도 된다니까 한 학년에 50명에서 60명 정도이다. 같은 학년끼리 모르려야 모를 수 없다. 그러니, 위아래 학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이래서 좋은 점은 서로가 대충은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많이 불거질 수 없다(그럼에도 가끔 이성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끼리 어느 정도 자기들끼리 중재하기도 하고, 선생님도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으니, 관리도 용이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학교 앞은 문구점, 편의점이 있고, 편의점 앞에 작은 공원이 있다. 이것도 좋은 것이, 아이들이 성인이 없어도 마음껏 놀 수 있다. 공원에는 작은 정자, 수돗가, 나무가 드리워진 의자가 있다. 삼삼오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도 있고, 초등학생들이 모여 술래잡기도 한다.


그 공원 둘레는 상점과 빌라, 학원이 둘러싸고 있고, 빌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 학부모인 경우가 많다. 즉,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상점에 들어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일종의 CCTV역할을 해준달까. 문구점 사장님은 거의 아이들의 '이모'수준이다. 준비물을 알려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1학년 학부모들은 오히려 문구점 사장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어떤 실내화를 신겨야 하는지, 준비물은 뭔지 등등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기도 한다. 아이들은 문구점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몇 걸음 가면 공원에 가기도, 공원에 있다가 학원에 들어가기도 한다. 태권도 관장님이 놀이터로 아이들을 잡으러 오기도 한다.


나는 이 동네가 개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특정한 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화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작은 일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이다. 부모가 직접적으로 해 줄 수 없는 여러 가지 일상의 경험을 이곳에서는 적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아파트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과는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본격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시기인 중고등학교시기에 아이가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 싶으면 그때 학원가가 있는 곳으로 이사 가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맥도널드 테이블 오더_휴먼서빙시스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