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아이들을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육재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재정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어디다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서를 내야 한다. 즉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풀, 가위 같은 학용품을 기관에서 사려면 그에 맞는 품의서를 작성하면 그것을 결재를 맡아 행정실에서 집행한다.
반면, 일 년의 예산을 책정된 것을 쓰려면 일단 관할 교육청에서 전자문서로 얼마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온다. 그러면 그 범위 안에서 쓰는 것이다.
회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생활을 하지 않아서 어떻게 회사의 예산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공문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는 지원금을 신청하라는 엑셀파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엑셀파일에 필요한 숫자를 입력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인 결과, 나는 나머지 지원금 신청하는 엑셀파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생각해보지 않고, 덜렁 파일 하나만 첨부해 보냈던 것이다.
당연히 나는 지원금이 나올 줄 알고 기다렸지만, 신청하지 않았으니, 지원금이 나올 리 만무했고, 연말이라 재정을 박박 긁어 다 배분해 준 뒤라 어쩔 도리가 없다.
이제 남은 돈을 가지고 이리저리 돈을 맞추면서 겨울방학을 꾸려가야 한다. 처음 해보는 겨울방학 운영이라 더더욱 떨고 있는데, 제대로 숙지를 하지 못해, 교육청에서 주겠다는 지원금을 받지 못한 과거의 내가 너무 미웠다.
옆 선생님은 "어쩔 수 없지 뭐."라고 그냥 넘어갔지만, 나는 너무 아쉬웠다. 한 달간 계속 그것 때문에 이리저리 계획한 것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다시 계획을 조금 바꿔야 하지만, 너무 아쉬웠다.
이제 겨울방학 운영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뭐 어떠랴.
교육은 원래 부족함에서 배우는 것들이 더 많은 법이다.
아이들은 부족함과는 관계없이 어떻게든 채우는 녀석들이니 말이다.
오늘도 다시 계획을 짜보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내일의 나에게 조금은 기대를 해본다.
잘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