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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Dec 16. 2023

유치원 방과후 강(교)사란.

하는 일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유치원에서 담임 선생님과 보통 소통하십니다.

네, 맞습니다.

왜냐하면 유아의 교육은 유아교사가 책임지는 것이 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유아관련된 모든 것은 유아교사와 상담하는 것이 맞죠.


그런데 문제는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 유치원 하원시간인 1시 30분 또는 2시에 맞춰 데리러 오실 수가 없습니다. 직장이 끝나서 오는 퇴근 시간이 5시라도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리러 와도 6시는 되니까요.


그래서 유치원에서는 유아교사가 아닌 사람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긴 직종이 오후에 담당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여기까지는 대부분 유아를 자녀로 둔 분이시라면 알고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후에 돌봄과 교육을 하는 것이 주업무인 것은 모두들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공립'유치원에서는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바로 '문서작성'이지요. 물론 8시간 풀로 전일제로 근무하는 경우에 해당 합니다만 6시간제 교원으로 일 했을땐 한 두 개 맡아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공문 관련한 일은 오전 교육과정선생님들이 합니다.

원래는 문서에 관련한 모든 일은 오전에 담임을 하시는 분들이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교사의 업무과중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유치원 방과후 강(교)사도 점점 교사가 하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설학원, 어린이집 연장보육, 사립유치원 방과후에서는 이런 문서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맡은 돌봄 및 교육에만 하고 간단한 일지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돌보는 시간 이외에 행정업무를 하니까, 교사와 대우가 같을까요?

아닙니다.

월급에서 일단 차이가 많이 납니다. 계약직이니까요. 게다가 1년 미만 계약이면 퇴직금도 없습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고용하고 있는 형태는 가지각색입니다. 한 예로 경기도는 '6시간 기간제 교원'으로 1년 계약으로 매년 갱신해야 하는 형태도 있고요. '유치원방과후전담사'라고 해서 공공기관무기계약직(줄여서 공무직)으로 채용되기도 합니다.경기도같은 경우는 이제 공무직으로 뽑지 않고 기간제 교원, 1년 계약으로 뽑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은 공무직으로 8시간으로 뽑는 지역도 있습니다.


교원으로 채용하는 지역은 신분은 '교사'이지만, 하는 일은 오전담당교사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임금도 적고요. 신분이 교원인 경우, 유아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에 해당하는 의무를 모두 해야 합니다. 법정연수 및 교육시간도 해야 하고요. 2019개정유치원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교사의 역할과 의무 등도 고려해서 방과후를 운영해야 합니다.


반면 공무직으로 채용하는 곳은 자격부터 유치원정교사교원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육교사2급이상의 자격으로 응시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공립유치원방과후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은 거의 가지고 있습니다.


공무직으로 방과후를 운영하는 경우 신분은 '교육청소속근로자'가 되며,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취업규칙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사에게 요구되는 과도한 책무성이 요구되지 않지요. 그래서 이런 경우는 명칭이 '유치원방과후강사'가 됩니다. 교원인 경우는 '유치원방과후교사'가 되고요. (이후 '유치원방과후강(교)사의 명칭을 줄여 '방과후'라고 일컫겠습니다.)


'유치원방과후특성화강사'는 방과후 시간에 음악, 미술, 체육 등 외부강사가 와서 가르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오르프니 퍼포먼스미술이니 하는 수업만 30분에서 40분정도 하시고 다른 수업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온전히 돌봄과 교육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방과후 시작과 끝, 교실상황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일단 오전시간에 교실을 둘러봅니다. 결석생 확인, 오전선생님과 특이사항을 전달받기 위해서죠. 오전에 아픈아이가 있는지 유아들의 컨디션, 오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고는 학교행정실에서 밀려든 업무 메세지를 확인합니다. 서류 작업이나 업무전달지시 등을 확인합니다.


그러다보면 급식시간이 되죠.

즐거운 급식시간.

하지만, 사고가 잘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즐겁지만, 교사와 이외 선생님들은 매와 같은 눈으로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합니다. 급식지도 및 배식은 정교사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방과후는 급식업무를 도와주는 역할이지 주도적으로 지도히진 않습니다. 배식을 돕거나 유아들이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급식시간이 오전담당교사 관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적극적인 지도는 오전담임에게는 월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급식을 마칠 때까지 저는 같이 있어줍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기 쉽기도 하고, 오전담임이 양치나 화장실 갈 때, 제가 있어서 교실에 유아들만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오후 1시 30분정도(이건 유치원마다 다릅니다. 1시인 경우도 2시인 경우도 있습니다.)가 되면 제가 교실에 들어가고 오전담임교사는 교무실에 들어가 공문 및 수업준비를 합니다. 유아들은 저를 만나고 나서 약 2시간~3시간동안 있습니다. 오전정규과정이 5시간, 오후3시간으로 8시간 정도 유치원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늦게 하원하는 유아도 있습니다. 8시 30분에 등원해서 6시 30분에 가는 유아도 있으니까요. 어찌보면 유아들이 더 힘든 하루를 보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10시간이나 유치원에 있는 유아도 있으니까요.


특성화는 일주일에 2번-3번 있는데, 미술, 체육, 음악과 같은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오십니다. 이 분들이 수업하실 때, 도와드리기도 하고, 유아들이 안전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게 교실 안에 함께 있습니다. 특성화 수업 중간중간 하원하는 유아들도 지정 보호자에게 인계하고요. 또 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결석한 유아나 중간 하원하는 유아 이외에는 유아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찍어야하죠. 다른 일은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유아들이 다치지 않게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유아들이 이런 특성화나 평소와 다른 수업을 할 때면 기분이 들뜨고, 이런 기분을 표현하면서 신체활동이 과격해져 다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성화수업이 없는 날은 제가 수업을 합니다. 간단한 만들기나 동화읽어주기, 안전교육, 보건교육 등을 하죠. 유아들이 방과후에 지켜야 할 약속이나 규칙, 친구간 갈등중재, 아픈 유아의 돌봄, 부모님과의 연락(거의 하원에 대한 통보를 받죠.) 등의 일을 합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화장실의 물비누 채우기, 화장실 종이티슈 채우기 등의 자질구레한 일도 합니다. 환경미화인력이 없는 경우 방과후를 담당하는 사람이 거의 하게 됩니다. 교실청소도 하고요. 방과후에 쓴 재료들이 다 떨어졌으면 채워 놓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과 교육청에서 방과후에 관련된 공문을 접수하고 처리하며, 간단한 수업을 위한 준비, 환경미화, 급식도움, 교실정리 및 문단속 등을 하죠. 유아들의 돌봄만이 아닌 것이죠.


자잘한 일이 많아 대놓고 '이런 일을 하니 힘들다.'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확실히 오전 담당교사가 굵직한 일을 하니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유아돌봄이 주된 일이지만, 자잘한 일이 많다보니, 본연의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분명 오전담당교사와는 다른 것을 부모님들께 드릴 수 있다는 점이죠.


먼저, 방과후까지 하는 부모는 두 교사의 견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오전과 오후 어떻게 지내는지 다른 관점에서 다각도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죠. 아이는 성인이 보는 관점을 그대로 반영해 자신의 경험을 늘려나갈 수 있죠. 물론 두 교사분 모두 좋은 성정과 교육관을 지닌 경우에 분명 시너지가 쌓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방과후는 '2019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해 운영하지만 별도로 방과후만의 특색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오전교육과정은 국가에서 제시한 교육방향대로 큰 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후에는 방과후를 운영하는 교사가 어떤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아이와 잘 맞는다면 금상첨화죠. 굳이 사교육에 돈을 쓰지 않고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방과후는 한 명 한 명씩 하원하는 경우가 많아, 방과후 교사에게 궁금한 점을 간단히 물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면대면이다보니, 전화나 문자보다는 바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겠죠. 오전과정만 한 다음 하원하는 경우는 한꺼번에 하원하기 때문에 교사를 붙잡아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없죠. 


물론 아이에게는 방과후를 하지 않고, 오전교육과정만 마치고 보호자와 함께 남은 하루를 보내고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아 오후까지 아이가 유치원에 남아있다면, 방과후시간을 충분히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2화까지 지루한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았네요. 다음 편부터는 만5세 유아들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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