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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Feb 04. 2024

07 한 명 때문에 할 수 없는 활동

이건 복합적인 원인이 있긴 합니다.

며칠 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너무 좋은 날, 유아들을 데리고 유치원 앞 놀이터에 갔습니다. 

어떤 아이가 방방 뛰면서 뽀로로 오프닝 곡 '노는 게 제일 좋아.'를 부르더군요. 무려 7살인데 말입니다. 뽀로로는 애기들이나 본다고 시시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7살이거든요. 이제 자신들은 곧 초등학생이 된다고 얼마나 거드름을 피우는지 모릅니다.

이 노래를 부른 친구는 조용히 선생님 말 잘 듣고, 하지 말란 것 안 하는 여자 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방방 뛰는 것 보니 역시 아이들은 뛰노는 걸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바깥놀이는 어떤 놀이에도 비할 바 못 되는 항상 1위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는 놀이입니다.


겨울이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대기가 무척 좋질 않죠.

아주 가끔 겨울비가 온 다음은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아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 반에 폐렴에 걸렸다가 나아서 등원한 유아가 있었어요. 아직 기침을 하는 유아도 있고요.

마음 같아선 그렇더라도 저렇게 좋아하는 데 데리고 나가고 싶습니다. 안타까워요. 어쩔 수 없이 실내 놀이로 대체해야 합니다. 또, 저 혼자 아이들을 통솔해야 하는 경우엔 아예 선택지가 없죠. 그냥 실내 자유 놀이로 진행합니다. 그 친구들만 교실에서 놀이하고(만일 보조교사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만 데리고 나가면 차별이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아픈 게 유아 자신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아픈 유아가 없더라도 실내놀이를 선호하는 유아들이 있습니다. 한두 명이죠. 그런데 이건 사실 교사에 대한 수동적 공격이거나 바깥놀이에 대해 부정적 경험을 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라도 교사가 계획한 것이면 하기 싫다고 하는 유아가 간혹 있답니다. 교사의 말을 의도적으로 안 들으려고 하는 경우로,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는 표현을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바깥놀이를 할 때 자신이 싫어하는 유아가 놀이의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싫은 경우나, 바깥놀이에서 아예 소외된 경험이 있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유아들은 바깥에서 노는 것이 실내놀이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좋아합니다. 다행히 저도 바깥놀이를 좋아합니다. 


교실에서는 소리치고 노는 게 허용이 되지 않죠. 또 흥미영역이 나뉘어 있어서 놀이 공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2019 개정누리과정에서는 공간의 제약 없이 흥미영역을 유아가 원하면 바꿀 수 있도록 하라고 했지만, 어디 바깥공간만 하겠습니까.  


지금 있는 유치원의 유아들은 정말 천사친구들입니다. 무는 아이, 생떼를 쓰는 아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친구를 무조건 때리고 보는 아이, 갑자기 바지를 내려 학급 유아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아이,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내서 상대 유아가 오해해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 자기주장만 하는 아이, 교사가 있는 앞에서도 친구에게 육두문자를 날리는 아이, 성행동으로 계속 관찰해야 하는 아이, 주의가 너무 산만해서 ADHD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싶은 아이,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들만 노는 아이 등 교사를 힘들게 하는 유아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러면 바깥놀이와 같은 자유도가 가장 높은 고난도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이전 유치원에서 근무할 때 감정조절이 안 되는 남아가 있었어요. 술래잡기나 얼음땡 놀이를 할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놀이를 하지 못하면 뛰어다니면서 다른 유아를 때렸거든요. 그러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놀이를 정말 잘하는 유아였죠.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체육특성화시간에는 곧잘 수업도 잘 받았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자신이 할 수 없는 놀이를 친구들이 할 때,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공격성을 보입니다. 그러면 다른 친구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 유아를 잠깐 격리시켜야 하죠. 이렇게 되면 바깥놀이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요. 물론 제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갑자기 돌변해서 다가오는 친구들을 때리면 정말 순식간에 피해가 속출합니다. 


무는 아이도 있었는데요. 심지어 바로 옆에 교사가 있는데도, 잠깐 사이 옆 친구를 물어버립니다. 한 학기 동안 교사가 무진장 애를 썼지만, 결국 무는 행동을 보이는 유아가 다른 원으로 옮겼답니다. 



다 괜찮은데, 부모님이 바깥놀이를 좋아하시지 않는 경우에도 못합니다. 항상 공주옷을 입고 오는 친구가 있었어요. 레이스는 기본 장식에 머리는 또 얼마나 정갈한지요. 바깥놀이를 하고 나면 옷과 머리는 흐트러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바깥에서 그네만 우아하게 타고 온다 쳐도 흙먼지는 묻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레이스라니요. 그런 친구에게 바깥놀이는 야만적인 행동일 것이라 여겨져도 될 만큼 공주풍입니다. 


비단 여아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죠. 세미 정장을 입혀 유치원에 보내시는 가정도 보았습니다. 그 친구들에게는 뭔가 시중을 들어주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긴, 옛날 서양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이 지식이 많은 노예가 하던 일이었으니까요. 하원할 때는 등원할 때랑 똑같이 고이 보내드려야 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마저 들었답니다.



교사가 1명이고 보조교사가 없는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 바깥놀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 사회성이 약간 부족한 유아인 경우, 바깥놀이를 별로 원하지 않는 가정인 경우는 바깥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유치원에서 교육활동을 도와주시는 분이 있거나 보조교사가 있는 경우는 그래도 함께 놀이하도록 지도하면서 할 수 있겠죠. 이마저도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야겠죠.


가장 베스트는 1 학급에 2 교사제를 시행하고, 이를 교사도 학부모도 잘 활용하는 것이죠. 수업부담도 덜고, 함께 관찰한 유아들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요. 그러면 유아 발달에 대해 다른 각도의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어 더 자세한 정보를 얻게 될 수 있죠. 그 정보로 각 유아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고요.


다음으로 동료교사와 함께 협의해서 아이들의 흥미 위주로 교사가 각 영역을 맡는 것입니다. 교실놀이 할 친구는 1반 선생님이 바깥놀이 할 친구는 2반 선생님이 맡는 것이죠. 그런데 아무래도 바깥놀이를 좋아할 친구들이 많을 테니, 그러면 맡아야 할 유아가 균등하지 않기에 교사들이 찬성하진 않을 것 같아요. 또, 1 학급 2 교사제를 별로 원하지 않는 교사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협조입니다. 우리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남의 아이도 소중하죠. 우리 아이가 행위자이든 피해자이든, 일단은 유치원 활동에 대한 모든 교육할 권리를 교사에게 일임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부모님들도 교육주체이시기에 교육활동에 대해 참여하실 수 있죠. 하지만, 그 참여가 자신의 자녀에게만 해당되는 의견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 교육활동을 진행함에 있어 교사가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 주는 의도로 제시해야지, 왜 이것도 못했느냐는 질책으로 대하면 교육활동을 개선하기보다 민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방어적인 교육활동만 생각하겠죠.   


스스로 깨우치는 아이로 만들기에 바깥놀이만큼 좋은 활동도 없습니다.

창의성과 사회성, 

저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데 

학부모님들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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