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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rnus High Mar 20. 2023

햇반전쟁, 쿠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2)

유통사 - 브랜드사 갈등관리하기

해당 글은 1편에서 이어집니다. 아직 못보셨다면, 링크를 통해 확인하고 읽으시면 더 읽기 편합니다.


쟁점은, 교섭력(바게닝파워)

다시한번 위 입점업체 A를 상대로 쿠팡 담당자가 다양한 요구를 한 것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링크 참고)


담당자는 ①더 낮게 납품가를 맞춰달라 ②발주액이 늘어나면,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 ③이런 마케팅 상품이 있으니 구매해달라 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두 다 '추가로 돈을 더 내라'는 말이었는데요. 여기에서 입점업체는 모든 요구를 받아야 했습니다. 아마도 입점업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매출이 쿠팡에서 발생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위 기사의 입점업체 사장님에 빙의해서 생각해본 월 마진)


위 표는 입점업체 A의 입장에서 써본, 월 예상 마진인데요. 쿠팡에서 공급가를 높이라는 말은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판매가를 높이라는 말입니다. 당연히 상품당 기대수익은 낮아지겠지만 전체 발주량의 비중이 다른 채널에 비해 높은 유통채널이기 때문에 대안이 없습니다. 전체 마진은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쿠팡의 요구를 맞춰줘야 합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보고, 쿠팡이 입점업체 대비 "교섭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보통은 바게닝파워를 가지고 있다 라고 말합니다.) 교섭력은 말 그대로 협상시에 요구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하는데요. 


쿠팡이 역마진을 보면서 계속해서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물류체인을 통합한 것이 지금과 같은 교섭력을 갖게 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사용하면 물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커머스 1등 기업에 납품하는 것이니 주문수도 보장됩니다. 바꿔말하면 입점업체는 쿠팡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지만, 쿠팡은 입점업체 하나가 빠진다고 해서 사업에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교섭력은 힘을 발휘합니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이 맞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위 분석에서와 같이 쿠팡이 교섭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쿠팡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햇반은 즉석밥의 대명사로 쓰일 만큼 한 시장안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고객은 쿠팡에 햇반이 없다면 햇반의 대체품을 쿠팡에서 사먹는다기 보다는 햇반을 찾아서 다른 서비스를 찾아갑니다. 브랜드의 충성도가 강하다는 것이죠.


심지어 쿠팡 식품카테고리 내에서 CJ제일제당 제품 관련 매출은 30%를 상회합니다. (기사 참고) 더불어 이 '식품카테고리'가 가지는 특수성이 있는데요. 이 전 글에서 다룬 마켓컬리 (컬리가 뷰티컬리를 런칭한 이유(1) / 컬리가 뷰티컬리를 런칭한 이유 (2) ) 가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중 하나도 고객들의 소비 패턴 때문입니다. 


일단 의/식/주 라고 대표되는 생필품 시장에 속하기 때문에 "꼭 사야하는 것"일 뿐더러, 수년에 한번 거래되는 집이나 늦으면 계절 / 빠르면 월 단위로 구매하는 옷과 달리 매일 '소비'해야 하는 식재료는 특정 플랫폼을 계속, 자주 이용하게 하는 특성이 있고 이는 나아가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켓컬리의 장점이 재구매율이라는 사실도, 마켓컬리의 서비스 특성 외에 '상품군'이 갖는 특수성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팡입장에서도, 쉽게 밀려줄 수 없습니다.

아마 제가 쿠팡 사업담당자라면,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할 것입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네이버 / 컬리 등 경쟁 유통업체를 통한 판로확보에 나섰고, 협상은 해결될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외부에서 보면 "아니 그럼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되는거 아냐?"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쉽지 않은 것은 "선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는 종합유통업체 입니다. 당연히, CJ제일제당 외에도 충성고객을 단단하게 가진 다양한 브랜드들이 쿠팡에 입점해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공급액 인하'를 둘러싸고 크고작은 갈등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CJ제일제당에게 쿠팡이 '밀린다' 혹은 '졌다' 는 시그널이 나오게 되면 제2, 제3의 CJ제일제당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의 수익화 전략에 허들로 작용하게 되는거죠.


이런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 쿠팡 입장에선 가장 악몽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힘싸움으로 가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이슈있는 상태를 계속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것이, 시간을 끌수록 쿠팡은 고객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의 주요 상품들 (햇반, 조미김 등)은 대부분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탄탄한 매출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말입니다. 고객은 쿠팡에서 햇반을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 "햇반이 쿠팡에 없어 불편하네"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아닌 유통업체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이 와중에 CJ제일제당은 경쟁 커머스에 보란듯이 입점해버렸습니다.


이 와중에, "새벽배송"이라는 동일한 고객가치를 주고 있는 경쟁커머스에 CJ제일제당이 입점해버리면 일부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는 위험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햇반 하나만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이 이탈하는 것이 아닙니다. 


[햇반이 쿠팡에 없네 → 햇반은 컬리에서 사고, 다른 식재료는 쿠팡에서 구매하자 → 컬리에 다른 식재료도 저렴하고 괜찮네 → 이번 타이밍에 컬리로 갈아타야겠다] 와 같은 방식으로 고객이 서서히 동종 서비스로 이탈하는 케이스가 있을수 있기에 위험합니다.



져도 괜찮습니다. '명분'이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궁금증이 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쿠팡은 이 타이밍에 어떻게 해야하나요? CJ제일제당의 말을 들어줄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을 끄는 것도 좋지 않다면요."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명분] 입니다.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요구조건을 듣건 / 듣지 않건 이에 대한 반영의 주체가 항거할수 없는 외력에 의한 것이라면 '내키지는 않지만 협상하자' 는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정부가 양사간의 갈등사항에 대해 개입하여 합의를 제안했다고 상상해 봅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정부가 쿠팡의 손을 들어 "CJ제일제당이 공급가를 낮추는게 좋겠습니다." 라고 하면 제일 좋고, 반대로 "쿠팡이 CJ제일제당의 공급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해도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선례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또 다른 브랜드가 "공급가 올려주세요"라며 협상카드를 내밀어도 "안됩니다. CJ제일제당 때는 정부가 개입한 건이었어요." 라며 별건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어느 방향이건 쿠팡의 의사결정에 정당성을 제공할 주체가 있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예시에 든 것처럼 정부가 이 분쟁건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국민 행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는 아니니까요. 아마도 가장 큰 명분을 지니고 있는 것은 '고객'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객들이 꾸준히 불편을 제기하면, 쿠팡 / CJ제일제당 어느 쪽에서건 협상테이블을 먼저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점 어딘가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요약

첫째. 햇반전쟁은 유통사와 브랜드사의 '교섭력(바게닝파워)'을 보여준 싸움이었다.

둘째. 쿠팡입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요구에 손을 들어주자니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고, 들어주지 않자니 고객이 이탈할 위험이 있어 난감하다.

셋째. 이제는 '외부의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고, 의사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외부주체(예를들어 고객)가 불만을 제기해준다면 못이기는 척 협상을 할 것이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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