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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nownothing Jul 02. 2020

스물아홉번째 유월, 다섯째 아이

독서모임 구성 : 서평

다섯째 아이를 읽기 전 우연찮게도 나의 유월을 온통 차지했던 단어는 생명 , 탄생 , 육아였다. 책과 결이 같았던 세가지 키워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번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생명

순한  남녀의 사랑, 결혼, 출산.

사랑을 통해 생명을 얻는 아이들 중 자신이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가끔은 삶이 내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가끔은 살아내야만 하는 힘겨운 숙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생명은 생각보다 더 무겁다는 것,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없고 지속하고 싶다고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탄생은 생명 자체에 대한 큰 고민과 계획, 자기 자신에 대한 숙고 없이 이루어진다.


출산

나는 언젠가는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나의 가임기를 한 손가락 두 손가락 접으며 계산해왔던 사람이다. (얼마 안남아서 화가 난다.) 이렇게 단순했던 나의 출산에 대한 꿈은 나이가 들수록 심오해지고 있는데, 점차 삶의 무게를 느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나를 낳은 부모를 원망했기 때문이다. 이야기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유월에는 깊은 우울감과 얕은 공황증세를 겪었다. 엄마와 진지한 대화는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동앗줄이 필요해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고, 공황장애가 있는 엄마와 주기적인 우울증이 있는 아빠는 왜 나한테 나쁜 것만 유전시켰냐는 잔인한 말을 하곤 울었다.


그리고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한다. 가끔씩 찾아오는 이런 나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다시 물려줄 필요가 있을까. 그 삶은 축복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더 많을까, 숙제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더 많을까. 숙제처럼 느껴지는 시간에 내가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단단하지는 못할망정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기둥이 될 수 있을까.


육아

유월을 시끄럽게 했다가 다시 쏙 들어간 사건들 중 두 건의 아동학대가 있었다. 계모의 여행가방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아이,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부모를 피해 달아나 산에서 버티다가 편의점 점원에게 도움을 청한 아이.


댓글들은 잔인한 세상을 떠난 아이를 추모하고 있었고, 살아남은 아이에게는 이제는 밝은 곳에서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축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은 아이의 앞으로의 삶이 진심으로 걱정됐다.


친구의 상담사가 이야기해준 것 중 '상처에는 시제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상처는 시제가 없다. 어제의 상처도, 어릴 적 상처도 불쑥불쑥 우리에게 형태 없이 드러난다.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거야라는 위안이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이를 기르는 과정은 조심스러워야한다.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의 세상은 부모가 전부이기 때문에. 요즈음 나는 모든 예비 부모에게 출산 전 육아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살아낸 아이들에게.

되돌아보면 참 시끄러웠던 유월에는 (다행이도 지금 이 글을 읽고있을지 모를 너) 친구의 자살소동이 있었다. 위치추적을 하던 두시간 동안에는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있었지만, 과거 지인의 자살이 겹쳐져 잊혀졌던 기억들이 생생히 기억나며 그 경험을 다시, 이렇게 가까운 사람에게 겪고서는 절대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극심한 불안감으로 덜덜 떨며 울었다.


다른 친구는 내게 자살은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일이라고 말했었다.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고 아직도 비겁하다는 단어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유월의 강렬한 경험으로 자살은 누군가에게 어떤 나쁜 말과 폭력보다도 더 큰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견더냄이더라도 태어난 이상 최선을 다해 살아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질문이다. 요즘 이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는 것이다. 태어났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도화지를 나의 언어로 그려나간다. 가끔은 어둡고, 가끔은 밝을지언정 후에 뒤돌아봤을 때 만족스러울 정도로.


Tip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에 어둠을 겪고있는 친구들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작은 팁을 건넨다.

- 개인적으로는 힘내라는 말보다 함께 견뎌보자라는 말과 함께, 아침 저녁 카톡, 전화, 만남 등 주기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어둠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긍정적인 운동을 한다. 우울한 음악이나 책은 지양한다.

- 나의 행복한 감정과 우울한 감정에 대해 무작위로 기록한다.

- 소소한 목표를 세운다 (ex. 요가 동작 성공하기)


* 마지막. 서평을 써야해서 다섯째 아이를 읽고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우울한 글도 금지입니다.


독서모임 구성 : Instagram / consist.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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