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좋아해요

by Iknownothing

은교 씨는 갈비탕 좋아하나요.

좋아해요.

나는 냉면을 좋아합니다.

그런가요.

또 무엇을 좋아하나요.

이것저것 좋아하는데요.

어떤 것이요.

그냥 이것저것을.

나는 쇄골이 반듯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좋아합니다.

쇄골을요?

은교 씨를요.

......나는 쇄골이 하나도 반듯하지 않은데요.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

그렇게 되나요.

계란 먹을래요?

네.

무재 씨는 반으로 자른 계란을 집어선 내 그릇에 넣어 주고 나머지 반쪽을 입에 넣었다. 멀리 떨어진 면옥의 벽에 걸린 거울을 보니 무재 씨의 맞은편에서 나는 얼굴을 매우 붉히며 앉아 있었다. 왜 그렇게 땀을 흘리느냐고 무재 씨가 물었다. 탕이 너무 뜨거워서, 라고 말하며 나는 냅킨으로 땀이 밴 이마를 눌렀다.




은교 씨는 뭐가 되고 싶나요, 행성하고 위성 중에.

나는 도는 건 싫어요.

혜성은 어떨까요.

혜성도 돌잖아요? 핼리 같은 것이.

핼리,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유성은 어떨까요, 라고 무재 씨가 말했다.

유성이라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타서 사라지잖아요. 허망해.

허망하므로.




은교 씨, 나는 특별히 사후에 또 다른 세계가 이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사람이란 어느 조건을 가지고 어느 상황에서 살아가건, 어느 정도로 공허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인생에도 성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본래 허망하니, 허망하다며 유난해질 것도 없지 않은가, 하면서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나는 물었다.

이를테면 뒷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종이 박스를 줍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연스러운 일일까,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살다가 그러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사정인 걸까, 하고 말이에요.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종아리에 지그시 닿는 것이 있어 내려다보니 아까 전에 비탈을 내려간 고양이가 어느 틈엔가 올라와서 옆구리를 대고 서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도 새끼를 밴 듯했던 배가 역시 불룩하고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무재 씨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안아서 무릎에 올렸다. 거칠게 자란 털 속에 나무껍질이며 풀씨가 엉겨 있었다. 그중에 큰 것은 몇 개 떼어 내고 등을 쓰다듬자 눈을 가늘게 뜨고 자리를 잡았다. 산꼭대기나 다름없는 절벽 위에서, 무릎에 고양이를 올려 둔 채로 등을 구부리고 앉아 있는 무재 씨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많지는 않았으나 아래쪽에서는 여태도 사람들이 불상을 향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저런 곳에도 송전탑을 박아 두었네요, 라고 말하면서 무재 씨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 황정은,『백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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