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正)

by Iknownothing

정, 너를 만난지 벌써 5년이 지난다.

처음 만났던 너는 수수하고 솔직한 사람이였다.

정돈되지 않은 검정 머리. 수수한 옷. 옅은 사투리. 꽁꽁 언 한강이 보이는 편의점 안에서 백팩을 주섬주섬 열어 아마도 네게 가장 소중했을 것들을 보여줬다.


열중해서 너의 작업들을 내게 설명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 하나. 너의 그림과 글을 보고. 너라는 사람을 만났다.


시간이 지나 벚꽃이 흩날리던 밤. 너와 함께 있는데 문득 눈물이 났었다. 아마 넌 모를 것이다.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벚꽃처럼 금세 흩날려 버릴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나는 언제나 불안정한 사람이였다. 지금까지도 네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참 엉뚱한 짓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너의 그 말에 어쩌면 너는 나의 가장 밝은 면만을 사랑하는건 아닐까 겁이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나 너는 이상한 단순함으로 내 안에 이는 수많은 소용돌이를 잠재운다. 이상한 일이다.


어릴적부터 나는 달과 썬이라는 짧은 소설을 쓰곤 했다. 사랑이 찾아오고 떠나갈 때 마다 나는 달이였고 그들은 썬이였다. 하지만 어쩐지 너를 썬이라고 부른적은 없다. 너는 나에게 순간이지 않았으면 하는건지. 본디 영원을 믿지 않지만 그냥 그랬으면 하는건지.


언젠가 문득 나이가 든 네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이 잔잔해졌다. 너의 눈에 비춰진 나는 어떻게 나이가 들었을까 궁금했다. 깊어진 네 살결과 눈동자처럼 나도 조금은 깊어졌을까. 빛을 잃진 않았을까 하고.


너에겐 항상 달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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