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이 망설여지는 5가지 이유

기숙형 자율중학교 단점 5가지

by 지리박 선생님

장점을 살펴보았으니 단점도 짚어보려 한다. ‘이런 점이 안 좋아요!’라고 고발하거나 폭로하는 내용이 아니라 이런 이면도 있으니 고려하고 지원하라는 의도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점이라고 소개한 내용이 장점으로 다가오거나 전혀 개의치 않을만한 것일 수도 있다.



▶ 교통비, 이동 거리

학교 인근에 사는 부모님들은 매주 자가용으로 아이를 데리러 오지만, 너무 멀리 사는 경우는 2주에 한 번씩 아이가 대중교통을 타고 혼자 집에 찾아간다. 같은 지역에 사는 학생이 있을 경우, 부모님끼리 돌아가면서 카풀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드문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학생들끼리 싸우거나 한쪽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구도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서 추천하는 방법도 아니다. 차례로 잘 이뤄진다고 해도 부모님의 피로도와 기름값은 점점 쌓여가고 어느 순간부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교통비와 이동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학교 주변이 교통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까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기서 본인이 사는 지역으로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이 있으면 좋겠지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직후에 대구로 직통버스가 없어져서 더 열악해졌다. 그렇다면 대중교통을 2-3번은 갈아타야 된다는 얘기인데, 3시간은 족히 필요하고 교통비도 2-3만 원은 깨진다.

원서를 쓰기 전에 주말에 아이가 집에 어떻게 오갈 것인지 알아보아라. 당연한 말 같지만, 막상 3월 개학하고 처음으로 집에 가는 주에 당황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네이버 길 찾기’로 대중교통 배차 간격과 요금은 얼마인지 확인하고 아이가 혼자 오갈 수도 있는지 얘기를 나눠봤으면 한다. 참고로 배차 간격이 너무 띄엄띄엄 있는 경우에는 조금 일찍 하교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학교는 보내고 싶은데 아이 혼자 그 먼 거리를 오가는 게 걱정이에요”하는 분이 있다면 학교 측에 얘기를 해라.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닐 수 있도록 그룹을 지어주거나 카풀을 할 의향이 있는 학부모님을 소개해 줄 수 있다.



▶ 신앙생활

2주에 한 번 집에 가는 아이들은 학교에 남는 주간에 종교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신앙이 바로 서 있는 아이라면 학교 주변에 있는 종교 기관을 찾아 어떻게든 예배에 참석하겠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부모님이 근무하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시간 맞춰 갈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해도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보낼 수는 없다. 본인이 원해서 친구와 걸어갔다 오거나 기관 측에서 차량 운행을 해서 다녀오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 이성 친구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보니 외로움을 많이 타게 된다. 연락을 할 수 있는 핸드폰도 제한된 시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점차 학교 친구들이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졸업할 때까지 동성 친구들이랑만 얌전히 지내는 아이들도 있지만 극소수이다. 사실 남녀가 하루 종일 한 공간에 있는데 눈이 안 맞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건전하게 연애를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냐, 만은 중학생은 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할 시기라서 스킨십 문제가 매년 불거진다. 이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학교 측에서도 굉장히 예민한 문제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면 경고 없이 강제 전학을 시킨다.

어릴 때부터 이성 친구에 함몰되는 아이들은 애정 결핍인 경우가 많다. 꼭 지금의 상대가 아니더라도 어딜 가든지 본인과 깊이 교제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 이성 친구 문제로 속을 좀 썩인 아이라면 이런 환경에서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원래 살던 지역에 있는 이성 친구를 떼어 놓으려고 학교를 멀리 보내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는 얘기다.



▶ 와글와글 잠자리

우리 학교 기숙사는 한 방에 학년 상관없이 6~10명이 함께 생활한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방 안에 없고 복도 끝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게 보통의 기숙사 형태이다. 내가 생활했던 고등학교와 대학교 기숙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다른 학교 얘기를 들어봐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아닌데요? 어디 학교는 2인실에 화장실도 방 안에 있어요.” 하는 분이 계실 수 있는데, 그런 곳은 한 달에 기숙사비가 40만 원 이상이다.

소등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모두 동시에 잠들지는 않는다. 한참을 뒤척이며 부스럭거리는 아이도 있고 서로 속닥거리기도 얘들도 있다. 새벽에는 코를 심하게 골거나 이를 가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방문을 여닫히도 한다.

잠귀가 밝다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신경 쓰일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귀마개와 안대를 착용하라고 조언을 하지만 일단 불편하고 자다 보면 벗겨지기 쉽다 보니 몇 번 해보다가 그냥 퇴사해버린다. 근처에 살면 무리를 해서라도 통학을 하고, 안 되면 전학을 가버린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만 따로 방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는 학교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 사교육

시골에 있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기에는 정말 분리한 조건이다. 유명한 대형 입시 학원도 없을뿐더러 작은 학원에 가려고 해도 배차 간격도 길고 거리도 멀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대한민국 1타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게시판을 통해 1:1 질문도 가능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문제는 예체능 계열이다. 학생이 수행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이 1:1 피드백을 줘야만 실력이 빨리 느는데 이는 온라인으로 할 수가 없다. 실기 시험을 보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분리한 상황을 고려하길 바란다. 그러나 요즘은 지방에 있는 예체능 계열 고등학교들은 미달이거나 경쟁률이 낮아서 웬만하면 합격하니 너무 겁먹지 말자.

기타 사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5화에서 아주 자세하게 다루었으니 해당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전국에 기숙형 자율중학교가 곳곳에 있는지 굳이 너무 멀리 있는 곳까지는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저의 집은 부산인데, 내일 아이가 집에 어떻게 오나요? 저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선생님이 기차표 예약 좀 해주세요.”

“학교에서 한 달에 나가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 줄 알고 보낸 건데. 한 달에 한 번만 내보내면 안돼요?”

“기숙사 같은 방에 코골이가 심한 선배가 있어서 잠을 못 자겠대요. 어쩌죠?”

“용돈을 충분히 줘도 맨날 부족하다네요. 아이 매점 좀 못 가게 지갑 관리 좀 해주시고 아껴 쓰게 교육 좀 해주세요. 제가 옆에서 못 보니까...”

“기숙사 살면서 시내에 있는 학원에 다닐 수 있나요?”

하나같이 원서를 쓰기 전에 고려해 봤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보통의 학부모라면 미리 이것저것 고려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기 마련이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들만 있지는 않으니까.

막상 입학하고 나니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는 예상보다 단체 생활을 너무 힘들어하고, 교육 수준이 별다르게 높은 학교도 아닌데 평일에 학원에 다니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으며 당장 이번 주에 집에 어떻게 올지 차편도 알아보지 않았다는 것에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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