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마음먹고 오세요!
학교가 이게 좋고, 저게 좋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내 자식이 버티지 못하고 돌아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번 편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여 기숙형 자율중학교에 오면 힘들어하는 아이와 부모님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런 애들은 절대 오지 마세요!’라고 경고하는 게 아니라, ‘이런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오면 힘들 수 있습니다’ 정도의 얘기다. 언제나 예외는 있고 부모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면모도 있으니 가볍게 참고하기만 바란다.
▶걱정 근심 많은 부모님
개학 후 첫 주는 1학년 담임교사들의 전화에 불이 난다.
“저희 애가 어제 잠을 설쳤다는데, 지금 점심은 잘 먹었는지 확인해주세요.”
“저희 아이 잘 지내나요?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죠?”
“우리 아이 짝꿍이 무뚝뚝해서 좀 그렇다는데 자리 좀 바꿔줄 수 있나요?”
“기숙사 같은 방에 무서운 선배가 있어서 힘들대요. 방 좀 바꿔주세요.”
“아이가 어제부터 전화를 안 받네요. 왜 연락이 안 되죠?”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도 받기 힘든 민망한 연락이 빗발친다. 학교에서 몇 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사는 부모님이라면 걱정이 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 계속 한 집에 살아왔는데 이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이 주에 한 번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궁금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잠을 설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점심은 초등학생 때와 같이 잘 먹었을 것이며 지금은 교내 어디선가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거나 축구를 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음으로 걱정하지 않으면 좋겠다. 학기 초에 싸운 애들은 한 달만 지나도 절친이 되어 있기도 하며 연락이 안 되는 것은 저녁 시간은 짧은 것도 있지만, 일부러 연락을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매년, 신입생 중 한 명 정도는 지독하게 연락이 되지 않아서 담임이 한동안 비둘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걱정을 할 만한 상황은 입학한 지 3달이 지났는데도 힘들다고 하는 경우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5월에는 체육대회, 현장체험학습 등 각종 학교 행사가 몰려있다.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일만한 기회가 충분하다. 힘들다고 하던 아이들도 이 시기를 겪으며 학교에 마음을 붙이게 되니 학기 초에 너무 마음 졸이지 말자.
▶자주 아프다는 아이 – 매번 반응해주는 부모님
조금만 다쳐도 아프다며 당장 병원 간다고 달려오는 아이가 반에 한 명씩은 있다. 보건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적당히 조치를 해주시는데도 담임교사한테 와서 ‘손가락이 까졌어요. 여기 살짝 삔 것 같아요’라며 별스럽지 않은 것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엄마한테도 전화해서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때 ‘어머! 어떻게!’라며 높은 목소리로 깜짝 놀라시고는 곧장 학교로 달려오신다. 기숙사에 보내 놓고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반응하면 아이는 ‘이래도 되나 보다’ 하면서 본인밖에 나가고 싶을 때마다 이 방법을 악용한다. 교사가 이런 의도를 설명하고 나쁜 습관 들이는 거라며 자제할 것을 당부하지만 전전긍긍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남학생들은 에너지가 한창 넘칠 때라서 매일같이 축구하고 친구랑 장난치느라 다치는 경우가 많긴 하다. 상태가 심각하다 싶으면 큰 병원에 바로 데려가고 컨디션이 안 좋은 정도면 약 먹고 보건실에 누워있게 안내한다. 자식을 멀리 보내 놓고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니 너무 걱정 말고 맡겼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부분을 놓지 못하는 분들은 보통 한 학기를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아이를 데려간다.
▶아이가 입학을 별로 원치 않는 경우
복잡한 가정 상황으로 인해 집에서 케어가 힘든 경우라면 기숙형 중학교에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 가정이라면 아이가 정말 다니기 원하는 경우에만 보내면 좋겠다. 가까운 사람 얘기만 듣고 ‘우리 애도 잘 적응하고 다니겠지’라고 쉽게 생각하지 말아라. 여긴 1박 2일, 3박 4일 캠프 수준의 단체 생활이 아니다. 오래된 낡은 기숙사가 3년간 아이의 집이 되고, 개인 공간 없는 10인실이 아이의 방이고, 100명이 함께 쓰는 공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아이가 씻는 곳이다. (기숙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3화를 참고하길 바란다.)
입소하고 한 달 정도는 누구나 불편하고 힘들다.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이런 어려움을 어느 정도 마음먹고 온 아이들은 적응해보려 애쓰지만, 아무 생각 없이 온 아이들은 쉽게 떠나가 버린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
14살이면 아직 어리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만큼 심리상태가 불안한 것이 정상이며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아야 할 나이다. 유치원 자녀를 둔 어머니가 이 글을 본다면 ‘중학생이면 다 큰 거 아니야?’라며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성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현재 중1을 본다면 ‘아이고, 완전 아가네. 언제 다 크려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은 2차 성징이 한창일 때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개인차가 심하다.
변성기가 한참 진행 중인 185cm 남학생도 있고,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미성을 가진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150cm 아이도 있다. 샛노란 염색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학생도 있고, 생리를 시작하지도 않은 귀여운 병아리 같은 아이도 있다. 입학할 때부터 주변 친구들 챙기는 믿음직한 학생도 있고, 악의 없는 말 몇 마디에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있다.
중학생이 되었다고 갑자기 철들거나 성숙해지지는 않는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학교에서 자주 울거나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 고민을 한 번 더 해봤으면 좋겠다. 좋은 학습 프로그램보다는 곁에서 애정을 주는 존재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아이를 기숙사에 보내더라도 ‘너를 정말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해. 우리 가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야.’라는 것을 계속 확인시켜주길 바란다.
▶높은 학교 수준을 기대하는 아이/부모님
중학교의 수준은 학비와 비례한다.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기 때문에 국공립은 학비가 없지만, 이름 좀 있는 사립학교들은 대부분 운영비를 따로 걷는다. 학교 시설을 보완하고 수준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면 교육청 기본 지원금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 학교에는 애초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학비를 웬만하면 걷지 않는다. 가끔 문제집 값을 내라고 해도 안 내고 기숙사비가 연체되는 아이들이 항상 있으니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따오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담당하는 게 교사에게는 부담이지만, 없는 살림에 얘들한테 정말 좋은 거 해주려고 최선은 다하고 있다.
우리 학교가 원서 쓰고 면접을 봐서 들어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문중학교와 비교하지 않으면 좋겠다. 학비와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비례하니 수준 높은 교육을 원하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입맛 까다로운 아이 / 많이 먹는 아이
여러분도 오랫동안 먹어와서 알다시피, 학교 급식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식단도 일정 기간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 학교 밥이 매우 훌륭했거나 어머니가 아침과 저녁 밥상을 매번 거하게 차려 주셨다면 이런 음식을 매 끼니 먹는 게 힘들 수도 있다. 입맛이 까다롭거나 못 먹는 것이 많은 아이도 만족하지 못하고 매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다.
매년 신입생 학부모님께 듣는 하소연 중 하나가 ‘아이가 매점에서 돈을 너무 많이 써요. 선생님이 돈 좀 맡아주시고 꼭 필요할 때만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것이다.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불가능한 부탁이다. 학교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아침과 저녁 급식을 안 먹는 학생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다 먹고도 배고프다고 찾아오면 맡겨둔 돈을 안 내어 줄 수 있겠는가.
사실 평일 내내 군것질이나 배달음식 한번 없이 순한 급식만 먹으라고 하는 것도 고문이다. (솔직히 성인인 나도 힘들 것 같다.) 그래서 기숙사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 급식 대신에 배달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는 확실한 답변을 얻게 되었다. 매점에서 가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빵, 음료수 등을 사 먹으며 해소해야 한다. 부모님 중에 아이가 이런 바깥 음식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분이 계신데 이곳에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많이 먹는 아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아이도 힘들 수 있다.
야자가 끝나고 기숙사에 들어가면 한참 야식이 당길 것이다. 기숙사 내부로는 물 외에 그 어떤 음식물도 반입하거나 먹을 수 없어서 그냥 참는 수밖에 없다. 혹여나 몰래 먹다가 몇 번 걸리면 규정에 따라 벌점이 쌓여서 일주일 정도 강제 퇴사를 당한다. 서울에 살던 부산에 살던 봐주지 않기 때문에 교외체험학습을 써서 출석 인정을 받고 집에서 쉬던지, 통학하는 친구 집을 섭외하거나 모텔을 구하든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식탐이 있거나 식욕이 왕성한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새벽 1시에 샤워실에 숨어서 컵라면을 끓여 먹는다. 야무지게 햇반도 가져와서 밥도 말아먹고 후식으로 과자까지 뜯어먹는다.
우리 아이의 이런 모습을 상상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역으로 기숙사에서 왜 음식을 먹지 못하냐고 화를 내시는 분도 계셨고, 기숙사 단기 퇴사에 대해 너무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곳에서 모든 니즈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식중독 위험에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이 많은 위험을 누가 감당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