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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Oct 06. 2015

#3 정인면옥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의 아름다움

음식을 대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는 크게 3가지 정도다. 첫째는 맛이 좋을 때, 둘째는 메인 요리와 기본찬들의 조화가 좋을 때, 셋째는 서비스가 좋을 때. 만약 이 3가지를 기준으로 최고의 냉면집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정인면옥(여의도점)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우선 맛으로  이야기하자면, 정인면옥의 평양냉면 냉육수는 동치미 맛보다 고기육수 맛이 조금 더 비중 있다. 하지만 필동면옥이나 을지면옥 등 의정부라인처럼 강하진 않아서 고기육수의 담백함과 동치미의 깔끔한 맛까지 챙긴다. 면 역시 메밀 비중이 적절해서 육수와 메밀면의 맛이 잘 어우러져 구수함을 준다. 면의 씹는 맛도 좋고, 고명도 기본적인 것들이 들어가 있지만 냉면 맛을 어지럽히지 않을 정도로 괜찮다.


조화

다음으로 냉면과 기본찬의 조화가 정말 뛰어나다. 눈으로만 봐서는 별다를 것 없는 기본찬. 보통의 냉면집이 무김치를 주듯이 이 곳도 마찬가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열무김치를 준다는 것. 정인면옥의 열무김치 맛은 웬만한 음식점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열무대가 너무 크지 않은 것, 즉 비교적 어린 열무를 골라 만들어서인지 아삭한 식감이 좋다. 물론 사이즈 덕분에 먹기도 좋고. 게다가 이 열무김치와 메밀면, 냉면 육수의 조합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담백함, 깔끔함, 구수함, 청량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서비스

끝으로 서비스. 정인면옥은 역사가 오래 된 가게임에도 친절을 잃지 않는다. 콕 집어서 기분 나빴던 가게들을 쓰기는 좀 그렇지만 평양냉면집 중 몇 곳은 아주 불쾌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 역사라 오래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불친절하게 되기 쉬운 것이 바로 음식장사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정인면옥은 서비스마저 엄청 친절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 정인면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근처에 있고, 유명한 집이라고 하니 평양냉면이 어떤 맛인지 모르고 와서는 '왜 이렇게 싱거우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꽤나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내가 목격한 것도 적지 않으니 사장이나 직원들은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에게 잘 설명해주신다. 간혹 처음 오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곳 냉면은 평양식인데 괜찮으신지 물어보기도 한다. 


기본을 지키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기본'을 잘 지키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음식 맛이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것은 음식 장사의 기본이고, 기본 반찬들과 주요 음식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 역시 음식으로 돈 버는 사람의 기본적인 정신이어야 한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서비스도 큰 몫을 하기에 친절함을 잃지 않는 서비스 정신 역시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냉면 한 그릇이 거울이 되길

살다 보면, 조금 유명해지고 지위가 올라가고 편해졌다고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본분, 즉 기본을 망각하고 유명세가 주는 안락함을 즐기기만 하니 자신의 할 일과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인면옥의 평양냉면을 권하고 싶다. 이 냉면 한 그릇에 담긴 '기본에 충실한 아름다움'이 당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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