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 선생님, 있는 힘껏 행복하세요
어제 용남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상 가기가 싫었다. 기운 빠지는 느낌이 싫었나보다. 슬픈 느낌 보다는 많이 아쉬운,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 같은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오늘 하루를 종일 기운 없게 보낸 후 조금 일찍 퇴근하고 장례식장으로 찾아갔다. 사실 병원에 다 도착해서도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말까 고민했다. 이것 역시 이유는 모르겠다. 너무 생각이 깊어지면 찾아뵙지 않고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 같아서 그냥 들어갔다.
정신이 없었는지 옷매무새도 다듬지 않았다. 마치 그냥 모든게 형식적인 것 마냥 조의금을 내고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분향실에 들어가서 절을 하고 상주에게 인사하고 바로 나왔다. 식사도 하지 않고 바로.
문득 나오는 길에 뭔가 아쉬워서 교수님 영정 사진을 다시 봤다. 절할 땐 몰랐는데 사진기를 들고 웃고 계시는 풀컬러 사진이었다. 참 교수님 답다는 생각을 하고 걸음을 돌려 나오다가 다시 돌이켜 우두커니 서서 사진을 봤다. 행복해보이셨다.
교수님은 옛날부터 그랬다. 자유로웠다. 생각과 말이 거침 없으신 것 뿐만아니라 그 영역이 활짝 열려있어서 나이를 막론하고 토론이 가능한 분이었다. 지난해 11월 만나뵈었을 때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며 '썸'이라는 관계의 정의에 대해 2시간 정도를 논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언제나 젊고 건강한 생각과 태도를 지니신 분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행복하셨던 것 같고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셨던 분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슬프진 않은데 참 많이 아쉽다. 돌아가시기 전 한 번 더 만나서 '이제 썸에 대해 이해를 좀 하셨냐'고 물어봤어야 하는데. 또 그런 종류의 시덥지 않은 것으로 두시간 세시간 토론했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조금은 덜 아쉬웠을텐데.
나이를 막론하고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끼게 해주신 용남 선생님. 이 땅에서 언제나 여행하듯 살아가신 것처럼 하늘에서도 행복한 여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다가 떠나고 싶네요. 솔직히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가족들에게 묻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처럼 그렇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뵌 영정사진 하나로도 끝까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