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서 우연히 꺼내본 나 자신, 찰나의 여행
잊고 사는 것들이 있다.
가장 쉽게 잊게 되는 것은
'꿈'이나 '열정', '희망' 혹은 '목적'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나 자신', '내 모습'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다.
현재의 상황은 내 눈을 가리지만,
문득 발견하는 과거의 기록은 거울이 된다.
우연히 서랍을 열고 발견하게 된
과거의 물건은
거울 앞에 설 기회가 없던 나를
거울 앞에 세우고
꿈이나 목적 따위의 이름을 가진
옷가지들을 벗겨낸 후
그 안에 가려져 있던
나 자신을 보여준다.
기록은 그래서 중요하다.
특히나 대화로 남겨진 기록은 더욱 더.
대화는 어찌 보면
다른 사람의 생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미약하게나마 더듬고
탐험하는 일이다.
때문에 일종의 여행이 된다.
우리가 여행에서 발견하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던가.
그 순간의 기록을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
발견하게 되면
추억에 젖게 된다.
그리고 나를 다시 보게 된다.
과거의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이 보여주는 나 자신,
이런 것들로 하게 되는 찰나의 여행.
2015년 7월 25일,
이 습하고 흐린 아침에
빛을 주는
유일한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