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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Apr 05. 2016

방콕 #3. 기도하는 마음

먼지가 되고 싶었던 내가 잊고 사는 것

방콕 왕궁과 왓프라깨우(에메랄드사원)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참 많다. 중국인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아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무리로 움직이는 그들이 너무 밀고 다녀서 도저히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특히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곳에서는 극심했다. 분수대에 동전 던지며 소원을 빌듯이, 그런 식으로 그곳을 대하는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가뜩이나 그 부근이 넓지 않았기에 더 정신없었다. 기도처는 문자그대로 시장통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마음을 담아 기도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할머니 한 분, 젊은 남자, 그리고 젊은 여자 두 명. 그들은 주변의 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랜 시간 머물며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렸다. 너무 간절해 보였고, 지극히 정성스러웠다. 그곳에서 그들을 한참 바라보며 어렵게 사진을 몇 장 담고 가만히 생각해봤다. 무언가를 간절히 빌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기도하면 복 주시고 소원 다 들어준다는 식의 기복신앙을 경멸한다. 무엇을 바라고 기도하는 행위 자체가 ‘신에 대한 몰염치’라는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한때는 광신에 가까운 열성분자였는데, 그런 내 지난날의 모습이 치를 떨 정도로 싫다.

bangkok, thailand. 2015

그래서인지, 기복신앙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이 어떠한 것인가를 잊고 산 지 오래다. 사실 최근 몇 년의 내 삶은 허무하고 희망을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을 비롯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나 자신을 보며 ‘쓰레기’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 생각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나에게서는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희망이 있다면 먼지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에게도 피해가 되지 않는, 언제든 훅 불면 날아가 버려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먼지가 되고 싶었다. 그런 삶을 살고 있었기에, 그 혼잡함 속에서도 차분하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기도하는 그 마음은 무엇일까.

내가 잊고 사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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