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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Apr 11. 2016

방콕 #4. 인생은 얻는 것

실패해도, 오래 걸려도.


bangkok, thailand. 2015


왓아룬(새벽사원)에 가기 위해 수상버스를 탔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건너편에 왓아룬이 보이는데, 보수 공사 중이었다. 저런 모습을 보러 굳이 내려서 가야 하나 싶었다. 망설이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다. 지나친 김에 그냥 끝까지 가보고 싶어졌다. 방콕의 큰 강인 차오프라야 강을 유람하는 기분이 들어 괜히 신나기도 했다. 끝까지 가면, 다시 돌아오는 교통편이 있을 테니 문제 될 것도 없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가볼 수 있으니 의도치 못한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수상버스가 종점에 닿았을 때 나를 비롯한 서양 여자 두 명이 다시 돌아가는 수상버스를 같이 탔다.


bangkok, thailand. 2015


수상버스를 타고 차오프라야 강을 오고 가는 길에 방콕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변을 따라 큰 건물이나 호화로운 호텔이 자리 잡은 동시에 보통 사람들이 사는 수상 가옥 비슷한 것과 작은 점포들도 여기저기 있었다. 왓아룬에 갔다 왔다면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의외의 망설임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린 결정을 통해 뜻밖의 수확을 했다.


여행이 그렇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수확이다. 길을 잃어도, 왔던 길을 돌아가도, 먼 길을 방황해도 계속 보고 듣기에 모든 것이 수확이다. 얻는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실패해도,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스스로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계속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기에 모든 것이 수확이다. 인생 역시 얻는 것이다.


bangkok, thailand.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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