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다.
돌아가신 지 19년 만이었다.
그것도
돌아가시던 날 딱 그 날짜에.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다
그 이틀 전에 나는 자식들의 이기적이고 무심한 모습들에
나 혼자 깊은 상처를 받고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던 때였다
라디오에서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감정들은 점점 사라지고
섭섭함만 남는다고.
섭섭함을 자주 느낀다는 것이 싫어서
내색하지 않았다.
한편으론
내가 자식일 때
내가 했던 말들은
엄마, 아버지를 더 크게 상처 입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돌아가시고 난 후 처음 꿈에 나오셔서
반갑고 기뻤으나
눈을 떠고서 가만히 꿈을 되짚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살아생전 자식 도리도 못했는데
인간 도리도 못하는 데다가
잘 사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해 놓고는
조상 제사 합치고 난 뒤 기일도 놓쳐버리고
이제는 자식도 내 맘 같지 않고
마음은 점점 보들보들해지고...
부랴부랴 씻고 출근 전에 참배라도 해야
이 죄스럽고 슬프고 황망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한달음에 영락공원으로 갔는데
참배시간은 내가 알던 8시가 아니고 9시부터 라는 안내문구에
아이처럼 엉엉 울며 출근을 해서 하루 종일 생각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일했다.
인생은 돌고 돌아
내가 저지른 잘못들은 내 자식의 모습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부모의 역할을
부모의 나약함을
부모가 되어서야 깨우치게 되는 몽매함을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단호한 시간의 벌과 함께
부모 경험치 하나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모든 예쁨을 뽐 내는 것들만 살아있는 5월에
왜 그 많은 기념일들이 모여있는지 알 것도 같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