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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지는시간 May 21. 2019

이렇게 푸르른 날에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다.

돌아가신 지 19년 만이었다.

그것도

돌아가시던 날 딱 그 날짜에.

그날은 어버이날이었


그 이틀 전에 나는 자식들의 이기적이고 무심한 모습들에

나 혼자 깊은 상처를 받고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던 때였다


라디오에서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감정들은 점점 사라지고

섭섭함만 남는다고.


섭섭함을 자주 느낀다는 것이 싫어서

내색하지 않았다.

한편으론

내가 자식일 때

내가 했던 말들은

엄마, 아버지를 더 크게 상처 입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돌아가시고 난 후 처음 꿈에 오셔서

반갑고 기뻤으나

눈을 떠고서 가만히 꿈을 되짚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살아생전 자식 도리도 못했는데

인간 도리도 못하는 데다가

잘 사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해 놓고는

조상 제사 합치고 난 뒤 기일도 놓쳐버리고

이제는 자식 내 맘 같지 않고

마음은 점점 보들보들해지고...


부랴부랴 씻고 출근 전에 참배라도 해야

이 죄스럽고 슬프고 황망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한달음에 영락공원으로 갔는데

참배시간은 내가 알던 8시가 아니고 9시부터 라는 안내문구에

아이처럼 엉엉 울며 근을 해서 하루 종일 생각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일했다.



인생은 돌고 돌아

내가 저지른 잘못들 의 모습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부모의 역할을

부모의 나약함

부모가 되어서야 깨우치게 되는 매함을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단호한 시간의 벌과 함께

부모 경험치 하나를 얻었다 해야 할까?


모든 예쁨을 뽐 내는 것들만 살아있는  5월에

왜 그  많은 기념일들이 모여있는지 알 것도 같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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