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화
P : 힘든 거요?
D : 네. 무엇이 --씨를 이렇게 우울하게 만들까요?
P :
나의 한 달은 보통 비슷한 흐름으로 지나가곤 했다.
어느 날, 더 생산적이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무작정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가도 없어서, 불안한 마음도 함께 피어난다. 그러면 다이어리를 펴서 삶의 일주일을 계획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아침밥을 건강하게 차려먹고, 영어공부를 하고, 점심을 차려먹은 다음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외주 일을 하기. 이런 매일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주욱 써 내려간다.
나는 원체 고집이 세지만 무딘 편이라서, 대략 일주일 정도는 그 계획을 모두 지켜나간다. 다이어리에 이런 말들을 적는다.
쉬고 싶었던.
오늘 굉장히 게으르고 싶었는데, 또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운동은 오전에 가자.
새벽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살았다.
쉬기로 맘먹은 날이지만 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이라는 페이지가 넘어가면, 나는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게을러진다. 무기력해진다고 표현하고 싶다. 쉬자 마음먹지만 편히 쉬어지지 않고, 침대가 나를 끌어당긴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다. 모든 게 귀찮다. 그 모든 것이라면 정말 소소한 것인데, 커피머신 속에 꽉 찬 캡슐을 버리는 일, 밀린 설거지를 하는 일, 바닥의 얼룩을 물티슈로 지우는 일 등이다. 과정을 너무나 잘 알아서 지치고 질린다. 시작이 힘들다.
나는 어쩌면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나의 충동적인 미래지향적 사고와 계획은 날 꽤 그럴듯한 길로 이끌었다. 나는 많이 성장했고 성장해오고 있지만, 그 흐름이 왔다가 가버리고 가버리면 너무 힘들어서 언제나 괴로웠다. 마음이 좋지 못하니 몸도 좋을 리 없었다. 허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10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누워버렸다. 그러던 무수히 많은 날들 중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찾아온 밤에,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눕기 직전에 오늘 하지 못해서 내일 해야 하는 일들을 빼곡히 적었다. 일단 잠은 자야 하고 허리가 아프니 누웠는데, 내일 해야 할 일이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왔는지. 누운 채 고개를 저어보고 눈을 질끔 감아봐도,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웠다. 그 밤 이후 나는 내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고민의 날들 중 지나가는 할아버지한테 '차에 치여서 뒤져라'는 말을 듣고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멍해진 나는, 마음속에 정해둔 그 병원을 그 자리에서 검색해 예약을 잡았다.
D : 생산적이던 기간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