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을 이해하다.
스무 살을 넘기고 내가 20대라는 사실이 익숙해지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더 이상 중학교, 고등학교에서의 나날들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지 않거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꽤 지루하다 느껴졌을 즈음, 술자리에서의 게임이 유치하게 느껴지고 주말엔 예쁘게 꾸미고 시끌벅적한 거리에 나가는 것보다 이불속에서 동영상 하나라도 더 보는 것이 이롭게 느껴지던 나날에 나는 취준생이 되어 있었다. 특정 개인이 날 억지로 취준생이라고 규정하지 않았고, 너 얼른 취준생이 되어라! 라며 몰아세우는 이들도 없었지만 나는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야만 했다.
이롭든 이롭지 않든 그저 흘러가는 나날들 속에서 심심치 않게 귓속으로 박혀오는 소식은 주로 주위 누군가가 공모전 동아리에 들어갔다거나, 인턴을 하고 있다거나 자격증을 땄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모전, 인턴, 자격증. 주로 이 세 단어들이 나를 거센 바람처럼 이리저리 휘몰았다가 구석으로 내팽개쳤다. 누군가에겐 간절하고 소중하다는 저것들이 왜 내겐 한없이 지루하고 버겁게만 느껴지는지. 내 철없음이 미워질 때쯤이면 요상한 객기가 나라고 못할쏘냐 라며 거세게 소리쳤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먼지 쌓인 노트북을 열어 아는 사이트를 뒤져 보다 보면 모두 선발 완료, 마감, 또 마감이었다. 또 나만 빼고 다들 어디서 정보를 나누는지. 소중한 정보들은 어쩜 나에게만 그리 느리게 나타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이었다.
그러던 내가 운 좋게 인턴이 되었다. 학교 현장 실습 사이트를 뒤지다, 두 번 탈락을 맛본 뒤에 얻게 된 기회였다. 그러나 소중한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6학점이 더 필요한, 졸업이 하고 싶은 대학생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생각은 어이없으리만치 쉽게 바뀌게 되었지만.
2개월짜리 실습으로 알고 들어간 회사는 6개월짜리 인턴으로 날 뽑았다고 이야기했다. 학생 인턴과 일반 인턴의 차이는 없다고도 말했다. 회사는 학교 교수님이 인사팀 상무님으로 계시는 외국계 광고 회사였다. 상무님은 으리으리한 광고주들을 앞세워 이야기하시며 아주 좋은 기회일 것이라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나는 익히 잘 아는 스포츠 웨어 회사를 광고주로 둔 팀에 들어갔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분명 이건 운명의 짓이고 나는 인생에 몇 없을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1일 차, 2일 차를 넘어 118일 차 인턴 생활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인턴 수료식을 다녀왔다. 나는 오늘 인턴 스펙이 있는 취준생이 되었다. 그렇게 지루하게만 여기던 인턴이 6개월 동안의 나였고, 그 6개월은 지루했다기보단 꽤 치열했다. 마음으로 울고 웃었고, 설레기도 좌절하기도 했으며 등이 굽도록 고생스럽기도 했다.
아직도 공모전, 인턴, 자격증이 날 괴롭히냐고 묻는다면, 이젠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남들 다 있는 자격증을 준비해보려는 신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들 다 하는 취업, 그거 나도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내 가슴에 자리 잡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지루한 사람이 되어보겠다- 다짐했다. 그 지루한 취업이라는 것이,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체험해보고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당분간 내 삶의 모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