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00 씨는 왜 쉴 때 불안할까요?

여섯 번째 대화

by 상구


P : 글쎄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정답을 모르겠어요.

D : 한 번 고민해보세요.


P :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걸음걸이가 빠른 편이다.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몇몇의 걸음이 느리거나 보통 걸음걸이 속도인 친구들은 저 멀리 뒤에서 걸어오고, 나와 걸음 속도가 맞는 친구 혹은 조용히 헥헥대고 있는 친구가 옆에서 나란히 걸어주곤 한다. 평소엔 이런 상황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생각이 있었다면 조금 웃기다 정도였는데 (나 혼자 나불나불 떠들고 있다가 옆에서 헥헥대며 마지못해 맞장구쳐주는 친구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면 그렇게 머쓱하고 웃길 수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걸음이 빠른 나 자신을 동정하게 되었다.


'야, 뒤에서 누가 쫓아오냐?'


당연히 아무도 날 좇지 않는데, 발발 대며 상황을 힘들게 만드는 건 언제나 나였다. 급한 성격은 걸음걸이만 빠르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내 시간은 다른 사람에 비해 너무 빠르게 흘렀다. 조바심에 시간을 허투루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약속 장소에 2-30분 일찍 도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가방을 풀어놓고 멍을 때리기를 몇 달, 시험 며칠 전부터 걱정에 밤을 지새우기를 반복했다. 누군가는 내 성실함을 칭찬했지만, 나는 이 모든 습관이 조바심과 걱정 때문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런 내가 싫었다. 편히 쉬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내가. 여유롭지 못한 스스로가.


'잘 쉬고 있단 기분이 든 적이 없다. 무엇이 잘 쉬고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른다. 매일이 숨 가쁘다.'


'왜 쉽지 않을까? 쉰다는 게 뭐길래?'


'쉰다'는 행위를 정의 내려보기 시작했다. 온전히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쉰다'는 내 몸이 편하도록 하는 모든 일이다. 넷플릭스를 볼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다. 편히 누워서 핸드폰을 해도 된다.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해보기도 한다. 몸을 이완시키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충전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다. 누구든 '쉰다'는 단어를 들으면 상상할 수 있는 장면. 그 장면을 수행하는 와중을 '쉰다'라고 표현한다.


두 번째 '쉰다'는 내 마음이 행복하도록 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나는 비로소 쉰다. 어깨가 뻐근하고 머리는 아파오고 허리가 저려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희망에 가득 차서 몸의 피로를 잊어버리는 것. 그건 마음이 쉬고 있는 중이란 뜻이다. 마음이 쉬고 있을 적에는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다. 오롯이 일과 나뿐이다.


글에서 보일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두 번째 쉼을 더 좋아한다. 두 번째 쉼은 내 삶에서 없어선 안될 시간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기간 동안 난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기간 동안 난 몸도 마음도 쉴 수가 없다.


D : 00 씨는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군요.

P :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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