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대화
D : 이제까지 봐온 00씨는 정말 매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같아요.
P :
루틴대로 살아온지 4주차가 넘어간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려 노력하는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고, 아침 요가 시간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평화로운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명상과 함께 시작하는 아침 일과는 늘 고요하고도 활기찼다. 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운동을 갔고 열심히 땀을 흘렸다. 저녁에 일기를 쓰면서 오늘 하루도 대단했다고 남기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의 소중한 루틴이 소중한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책임감에 눈을 뜨는 아침이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몸이 무거웠다. 하루 내내 피곤했다. 분명히 루틴으로 나는 몸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치만 이미 습관으로 길들여져버린 루틴에 대한 책임감만이 남아 날 짓눌렀다.
D :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아요. 왜 주말이 있겠어요. 7일 중에 하루는 쉬어야죠.
P :
어쩌면 이 책임감은 취업에 대한 부담감과도 이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길이 보일거란 막연한 희망도 있었고,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는 결과를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주는 무게도 있었다. 나는 지원한 모든 곳(몇 안되긴 하지만)으로부터 탈락 통보를 받았다. 거절 비슷한 무응답이란 결과도 있었다. 점점 얇아지고 희미해지는 희망의 빛줄기에 좌절했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다. 하루라도 게을리 보낼 수 없었다. 세워둔 계획과 목표는 달성해내야만 했다. 그래야 마음이 덜 불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쉼표였다. 숨을 돌릴 구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D : 그리고, 범주를 조금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펙트럼을 확장시켜보세요. 길게 봐야죠.
P : 덜 조급해져야 겠네요.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시간은 많고 기회도 많으니까요. 낼 수 있는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게요.
D :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