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한 주 그냥 저번 주보다 잘해야지

영감북,그 여섯 번째 이야기

by 상구


옥탑방의 문제아들 119회 중
Q. 1박 2일에 14년째 출연 중인 원년 멤버 김종민, 그가 밝힌 예능 생존 비결은?
A. 동생 PD도 다 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의 글쓰기 실력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주제와 맥락을 이미 정해두고 쓰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도, 컴퓨터 앞에 몇 분이고 앉아 있어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완성시키는 일이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값진 문장을 만들어낼 자신도 없었다.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다.

"문장이란 것은 '자, 이제 쓰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게 아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 같은데, 그래도 문장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꾸역꾸역 쓰이는 글을 보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지어져 가시질 않고, 이게 맞는 것인지 계속 의심이 된다면? 무엇이 좋은 글이며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있긴 한 것인지 궁금하다 못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종민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유일한 원년멤버로 1박 2일에 출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 프로그램에 14년을 몸담을 수 있었던 비결을 궁금해한다. 그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하라니까 했어요." "동생도 PD도 다 형이라고 생각하고 했어요." "한 주 한 주 그냥 저번 주보다 잘해야지 하고 버텼어요." 14년의 세월에 큰 비결은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처럼 소탈하고 소박한 다짐과 마음가짐만이 있었다.


나는 아마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 아닐까. 내게 필요한 것은 김종민의 겸손함, 그리고 꾸준함이다. 나는 당장의 성과와 결과물을 내는 것에 급급했다. 이번 주보다 다음 주는 조금 더 잘 써보겠다는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부족했다. 글솜씨의 성장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을 건네어본다.

문장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맞게 쓰고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된다면, 내 글이 좋은 글이긴 한 건지 싶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 글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주에 또 글을 쓰는 날이 다가오면, 저번 주보다는 조금 더 나은 글을 써야겠다 다짐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그러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된다.



한 주 한 주 그냥 저번 주보다 잘해야지 하고 맨날 버텼어요



-3월 6일 영감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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