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프로젝트] 23년 12월 6일 아침의 글
기분이라는 놈은 참으로 말썽이다. 어차피 움직일 수 없게 꽉 붙잡아두기란 쉽지 않은 노릇인데, 내 속의 녀석은 특히나 더 산만한 편이라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다. 이리저리 튄다. 럭비공을 닮았다. 나는 그 예측불가능한 공을 쫓아다니며 드넓은 경기장을 누빈다. 손바닥에 착 붙어있다가도 떠나고, 절대 내 맘처럼 굴러가주지는 않으며, 저 멀리 쏘아져 튀어가 버리기도 하는 공. 나는 걔를 다시 손에 넣으려고 마구 뛰어가다 언젠가는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린다. 견디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럼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서 읊조린다. 이 종목은 아무래도 내게 너무나 벅찬가 봐. 안 맞아. 뒷마당에서만 가지고 논다면 적당히 튀기고 굴리고 던지다 그만둘 수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숨이 찰 일은 없을 텐데. '통제'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정말 혼자서 침잠하던 시기도 있었다. 언젠가 또 그래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통통 튀는 감정을 다루는 일이 무진장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나름의 재미를 발견하더라도 무시하고 싶었다. 마냥 즐겁기에는 후에 찾아올 통증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세상과 사람과 부딪히며 감정을 다루는 일은 어렵고 아프다. 하지만 평생을 좁은 땅 위에서 살며 기분의 진폭을 최소화해 보려면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머리를 깎고 산 중턱 위 네모난 방석에 앉아있지 않는 이상. 그러한 삶에 낭만과 의지를 가져볼 용기 또한 없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이리저리 튀는 걸 하염없이 눈으로 발로 좇아야 할지라도, 푹신한 곳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까칠까칠한 잔디가 깔려있는 광활한 세상 속으로. 참 모질고도 흥미롭다. 얄미운 결론이지만, 결국 즐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재능이 없다면 근육부터 키워야 한다. 기분이 더 이상한 곳으로 튀어가기 전에 빨리 멀리 뛰어 잡아내는 일이, 손아귀에 오래 쥐고 있는 것이 수월해지도록. 실전 훈련과 보조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나도 언젠가 마냥 힘겹지만은 않은 공놀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 속에서 근육이 찢기며 피가 차오르는 고통은 있겠지만. 괴로운 시간 끝에는 튼튼해져 버린 내가 있겠지. 그렇다면 틀림없는 승리다.
어렵군!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