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소비와 취향을 결정하는 힘
오늘날 소비를 움직이는 두 가지 힘이 있다.
·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기준이다. 싼 값에 많은 기능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다면 소비는 단순한 교환 행위에 머문다. 가성비의 세계에서는 제품이 지닌 맥락·상징·사회적 의미는 사라지고, 오직 가격표와 사양 비교만이 중요해진다.
· 감성비(감각과 스토리의 가치) : 물건이 주는 경험, 그 안에 담긴 이야기, 나와의 정서적 연결이 소비의 기준이 된다. 같은 커피를 마셔도 어떤 이는 단순히 카페인을 얻는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이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어느 농장에서 재배되어 장인의 로스팅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음미한다. 이러한 소비는 단순한 생필품 구매를 넘어 문화자본을 획득하고 구별짓기를 실천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두 힘이 균형을 잃을 때 소비는 곧장 문제를 드러낸다. 가성비만 좇으면 ‘싼 게 최고’라는 경쟁에 매몰되고, 감성비만 좇으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용 소비’로 흐를 위험이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며, 가성비와 감성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집단적 소비 문화를 형성해왔다.
· 가성비의 사례 :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는 ‘합리적 가격에 최신 패션’을 제공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었다. ‘저렴하면서도 세련됨’을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은 패스트 패션과 맞물려 폭발적인 소비를 낳았다. 그러나 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결국 개성과 차별성이 약화되는 이른바 ‘무신사스럽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 감성비의 사례 : 반대로 명품 브랜드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 사회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샤넬백은 ‘가죽 가방’이 아니라 ‘성공과 세련됨의 표식’이 되었고, 벤츠는 교통수단을 넘어 ‘사회적 위상’의 지표가 되었다. 스타벅스 역시 커피라는 기능을 넘어 ‘안정된 선택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상징으로 소비되었다. 그러나 블루보틀 같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찾는 소비층이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집단적 안도감과 개인적 차별화 욕망 사이의 구별짓기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스타벅스를 찾는 동안 일부는 블루보틀을 찾으며 독자성을 표현하고, 모두가 벤츠를 상징으로 삼을 때 또 다른 이들은 포르쉐나 테슬라로 이동하며 새로운 위신을 추구한다. 결국 이는 각 집단이 보유한 경제적·문화적·사회적 자본이 다른 장(field) 속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점하려는 투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무엇을 소비하면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가?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아비투스를 드러내고 강화하는 과정이다. 와인을 마실 때 단순히 ‘맛있다, 비싸다’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지역성과 전통을 이해할 때, 소비는 자기 교양의 일부가 된다. 옷을 고를 때도 단순히 로고가 아니라 ‘이 디자인이 내 일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를 기준으로 삼을 때, 소비는 자아 표현의 도구가 된다.
한국 사회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소비는 오랫동안 집단적 기준에 의해 이끌려왔지만, 이제는 그 속에서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발견하는 힘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가 필요 충족을 넘어 구별짓기를 통한 정체성의 확장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곧 아비투스의 핵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