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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아비투스란 무엇인가 (1-4)

1-4. 예술과 문학 속 초콜릿의 상징

1부 - 아비투스란 무엇인가

1-4. 예술과 문학 속 초콜릿의 상징


초콜릿의 특별한 상징

초콜릿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예술과 문학 속에서 특별한 상징으로 기능해왔다. 달콤함과 쓴맛이 공존하는 그 성질은 인간의 욕망, 사랑, 죄책감, 그리고 위로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주 등장했다.


문학에서 초콜릿은 종종 사랑과 유혹의 은유로 사용되었다. 17세기 프랑스의 살롱 문화에서는 초콜릿이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연애와 감각적 친밀함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마들렌 드 스퀴데리(Madeleine de Scudéry, 1607–1701)가 활동하던 프리시오 살롱에서는 사랑과 감정, 언어와 미각이 결합된 정교한 담론이 전개되었으며, 동시대 의학서와 서간문을 통해 초콜릿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음료’라는 이미지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초콜릿은 귀족 사회에서 은밀한 욕망과 감각적 친밀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하며, 문학 속에서도 사랑과 유혹의 은유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소설들 속에서는 초콜릿이 고백보다 강렬하게 마음을 흔드는 촉매제로 등장한다. 달콤함 속에 스며있는 긴장과 금기는 인간 관계의 복잡한 심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더없이 적합한 소재였다.


미술에서도 초콜릿은 풍요와 권력, 그리고 감각적 사치의 상징이었다. 특히 17세기 스페인 화가 후안 데 수르바란(Juan de Zurbarán) 의 정물화 〈Nature morte au bol de chocolat〉(c. 1640)에는 초콜릿 음료와 은제 혹은 고급 그릇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식음료의 기록이 아니라, 당시 유럽 귀족 사회의 경제적 부와 위신, 그리고 감각적 향락을 상징하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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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 Nature morte au bol de chocolat

작가 : Juan de Zurbarán (1620 – 1649)

제작 시기 : 약 1640년경

소장처 : Musée des Beaux-Arts et d’Archéologie de Besançon (베장송 미술관, 프랑스)

출처 : https://fr.m.wikipedia.org/wiki/Fichier:%28Toulouse%29_Nature_morte_au_bol_de_chocolat_-_Juan_de_Zurbar%C3%A0n_-_Besan%C3%A7on,_mus%C3%A9e_des_beaux-arts.jpg



스페인의 화가 루이스 에히디오 멜렌데스(Luis Egidio Meléndez, 1716–1780) 역시 초콜릿을 위한 화려한 초콜릿 포트·잔·트레이(초콜릿 서비스) 를 정물화에 남겼다. 그의 작품 〈Still Life with Chocolate Service〉(1770)은 정교한 초콜릿 포트와 자기 컵/접시, 비스킷 등을 배치하여, 초콜릿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감각적 풍요와 귀족적 권위를 상징하던 당시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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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 Still Life with Chocolate Service

작가 : Luis Egidio Meléndez (1716 – 1780)

제작 시기 : 약 1770년경

소장처 : Museo Nacional del Prado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출처 : https://www.museodelprado.es/en/the-collection/art-work/still-life-with-chocolate-service/004dba61-31c4-42b8-8bc4-5ceb8fe20825?searchid=f83cd527-880e-b4fd-4b6f-a860e01db86a



현대 영화와 철학 속 초콜릿의 은유

현대 영화에 이르러 초콜릿은 한층 다양한 은유로 확장된다. 영화 쇼콜라<Chocolat, 2000>에서 주인공 비앙은 작은 마을에 초콜릿 가게를 열어, 닫혀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억눌린 욕망을 드러내게 만든다. 초콜릿은 이 작품에서 억압과 금기를 깨뜨리고, 인간이 본래 지닌 감각과 자유를 회복하게 하는 해방의 상징이다.


또 다른 작품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에서는 초콜릿 공장이 탐욕과 순수함을 시험하는 무대로 변모한다. 아이들이 공장에서 겪는 모험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욕망과 상상력, 도덕성을 함께 드러내는 도덕적 우화로 기능한다. 이처럼 초콜릿은 영화 속에서 욕망과 자유, 순수와 탐욕이라는 상반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서사의 장치가 된다.


철학적으로도 초콜릿은 중요한 사유의 소재가 된다. 달콤함과 쓴맛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한 조각 안에 공존한다는 점에서, 초콜릿은 인간의 삶 자체를 비유하는 은유적 언어로 기능할 수 있다. 기쁨과 고통, 유혹과 절제, 일상과 사치가 초콜릿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교차한다. 그래서 예술가와 작가들은 초콜릿을 통해 단순히 혀의 즐거움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사회적 긴장을 표현해온 것이다.

결국 초콜릿은 예술과 문학 속에서 인간 존재의 다층적 의미를 해석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초콜릿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사랑과 욕망, 권력과 위로, 자유와 도덕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문화적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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