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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결과를 전달하며

bad news 전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은 그 소식이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기쁘기고 슬프기도 할 수 있죠.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소식을 전하게 되면 받는 사람의 행복한 감정이 전해지기 때문에 전달하는 사람도 함께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러나 원하지 않고 듣지 않길 바라는 소식을 전할 때는 반대의 경우가 되겠죠.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누군가의 전사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태연한 척 하지만 상당히 감정 소모가 심했을 겁니다. 하루에 여러 통의 전사통지서를 전달하지만 그 소식을 받는 사람은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남편이고 아들이고 딸이었을 테니까요.  


너무 무겁게 시작을 했네요.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절대 그 정도의 무게감은 아닙니다. 어떤 소식을 전한다는 생각을 하니 떠오른 이미지가 그랬던 거죠. 


헤드헌터로서 업무를 하다 보면 제안하기 위하여 연락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제안했다가 거절도 많이 당하기도 하죠. 나름 거절을 꽤 많이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지원 의사를 밝힌 사람들과는 이제 이직을 위해 함께 파트너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죠.


서류 심사를 위해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를 전달받아서 적절한 수정을 거쳐서 지원회사에 추천합니다. 그다음부터는 단계마다 지원자에게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거죠. 


합격 소식이야 전달하는 제 입장에서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기 때문에 전화 통화 분위기가 화기애애합니다. 이제 앞으로 어떤 과정이 남았는지 이야기하면서 그간 고생했다고 훈훈하게 통화가 마무리되죠. 


하지만 탈락 소식을 전할 때는 헤드헌터와 지원자 모두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 있죠. 헤드헌터 업무 처음 할 때는 이 부분을 하기 싫더라고요. 좋은 소식이 아니기 때문에 문자나 메일로 대신한 적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아쉬워할 거라 예상했던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쿨내 나게 대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통화를 하고 싶네요. [Photo by Hassan OUAJBIR on Unsplash]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함께 일한 파트너로서 최소한 전화 통화로 알려드리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예의와 성의를 표시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두 번 전화해도 연락이 안 되면 문자로 대체하긴 합니다.


실제로는 아쉽지만 괜찮은 척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 괜찮은 사람도 있겠죠. 정말 괜찮은 사람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거나 그냥 한번 지원해 본 사람일 확률이 높을 겁니다. 대부분 아쉬운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기왕이면 떨어지는 것보다 붙는 게 좋으니까요. 


가끔 자신이 탈락한 사유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요구하시는 분이 있는데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저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하는 답변을 하지 못해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서류 심사야 그래도 피드백을 드릴 수 있지만 면접과 관련된 이유는 워낙 주관적이어서 들었다 해도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일하면서 가능한 좋은 소식만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최종 합격하고 처우 협의하고 입사 일정 확정된 다음 실제 출근하게 되면 꼭 통화를 합니다. 새로 출근한 회사는 어떠시냐고? 그 통화가 가장 자주 하고 싶은 통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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