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현립 박물관

by 르코
227D3D4C554AF45E0FA1FD

미술관은 재미있는 곳이다. 그 속에 있는 작품도 재밌지만 미술관을 둘러싼 공간의 이야기가 나는 매우 흥미롭다. 미술관이 위치해 있는 곳, 그곳을 둘러싼 주변의 모습, 건축물(미술관), 그리고 그곳을 찾거나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으면 그 도시(나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Okinawa Prefectural Museum & Art Museum을 찾았다. 서울의 명동쯤 되는 국제거리를 가로질러 약 20여분 비탈길을 따라 오르면 독특한 모양새의 미술관이 위용을 드러낸다. 주변은 비교적 북적이는데 아웃렛, 대형마트, 그리고 재밌게도 미술관 바로 맞은편에 빠칭코가 있다. 관광지 인 것을 감안하더래도 현립 미술관과 빠칭코가 떡 하니 마주 보고 있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일이라 믿어 본다. (그래도 찜찜)

미술관은 오키나와의 성(castle)을 재해석 한 듯, 모던한 건축물이다. 노출 콘크리트에 네모진 구멍이 슝슝 뚫린 건 어떤 의미 일까? 등고선 마냥 높음과 낮음이 반복되는 건물의 외벽이 재미있다. 주변의 북적임에 비해 미술관 내부는 역시나(?) 조용하다. 어디든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비율은 엇비슷하다. 월트 디즈니 아카이브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일본도 어린이 날이어서 인지 가족 관람객이 대부분이다. 2층과 3층을 오르면 일본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지는데 오키나와에 적을 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과거 이곳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오키나와에 와서 인지 미키마우스 보다는 일본의 근현대 작가들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한 건물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함께 있다는 것, 티켓이 2만 원(원데이 패스) 정도라는 것. 이 두 가지는 우리에게 매우 생경한 풍경이다. 왼쪽은 박물관, 오른쪽은 미술관. 원하는 전시 티켓, 혹은 원데이 패스를 사서 선택적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생각한다면 티켓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지만, 유료이기에 더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느 미술관이나 최고의 전시, 최고의 미술관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 하지만 항상 발목을 잡는 건 예산이다. 많은 대중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취지이나 실상 좋은 콘텐츠, 편리한 시설, 치밀한 홍보 전략이 뒤따르지 않는 미술관은 아무리 무료라 하여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로 그것의 가치를 전달한다면 그에 합당한 비용 지불은 수긍할 수 있다.


미술관은 재미있는 곳이다. 작품은 차치하더래도 이 곳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들을 유추하고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미술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도시(나라)의 역사와 현재가 계속 아로새겨진다. 물론 작품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덕수궁 미술관과 어반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