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식당 첫 상영회,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지난 6월 27일 토요일, 한남동 카페 톨릭스에서는 미술 식당 오프라인 만남이 있었다. 영화가 비칠 큼직한 흰색 벽, 한 편에 뷔페식으로 마련된 가지런한 음식들, 나무로 된 바닥과 테이블, 그리고 무엇보다 삼각의 높은 지붕이 매력적인 이곳에서, 첫 미술 식당 상영회가 열렸다. 저녁께 모인 이들과 맛있는 요리로 허기를 채우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은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처음 찾아온 이들은 낯설지 않게 첫인사를 나눴다. 진행자의 미술 식당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은 후, 곧바로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영화는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닌 보모로서 생을 마감한 비비안 마이어의 존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생전에 찍은 수만 통의 필름이 벼룩시장에 나오게 되었고, 우연히 그것을 낙찰받은 존 말루프(감독)가 작은 단서 하나로 시작해 이야기의 끈을 얼기설기 엮어가며 주인공의 삶과 작품을 조명해 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그녀의 존재는 한 청년의 호기심으로 인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고 훌륭한 포토그래퍼로서 전 세계의 관람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언젠가 본 서칭 포 슈가맨이 떠오르는 듯, 다큐 영화였지만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영화 속 그녀의 작품은 때론 친근하고 때론 강력했다. 그 시절의 평범한 일상과 사람에게서 사회적 이슈를 담담하게 포착해 냈다. 영화 중간중간 비치는 그녀의 작품에 마치 미술관에 온 듯, 한편의 전시 같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이 공개되길 원했을까
영화가 끝나고 짧은 이야기 들이 오갔다. 영화 내내 관객은 작품과 주변인을 통해서만 그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작 그녀의 의중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 ‘과연 그녀는 자신의 삶이 혹은 작품이 우리에게 보이길 원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만약 그녀가 살아 있다면 존 말루프의 호기심이 만들어 낸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비비안 마이어의 모습을 쫓아가는 동안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들었다. 현상되지 않은 수많은 필름들, V.Smith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작은 전시회 한번 가지지 못한 그녀는 어쩌면 사진을 찍는 것, 그 자체를 사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차에 탔을 때처럼 남의 자릴 만들어줘야 해요. 좌석 끝으로 가줘야 다른 사람이 와서 앉죠. 이제 여기까지 하고 빨리 다음 작품을 하러 가야겠어요_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말처럼 항상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어떤 가능성을.. 가령 존 말루프라는 청년이 만들어 낸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