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anbul Modern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개의 단어가 낯설다. 아마도 이스탄불에 대한 최근의 정보가 많지 않아 단순 '클래식'과 같은 느낌으로 머물고 있어서 인 듯하다. 이 또한 편견.
아름다운 보스포러스 해협을 그야말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두고 있는 이스탄불 모던은 물품 보관 창고를 개조하여 2004년 설립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보이는 붉은 기둥(로고가 새겨진)과 창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의 외관은 언뜻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연상케 한다. 버려진 공간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마법 같은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이스탄불 모던. 벤치 마킹을 한것과 관계없이 분명한 건 이 미술관은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는 것이다. 작품의 배경 너머 창으로 보이는 보스포러스 바다의 풍경은 이 미술관이 얼마나 축복받은 곳에 있는 가를 말해 준다.
사전에 이스탄불 모던 측의 배려로 미술관에 도착하자 큐레이터가 우릴 맞았다. 까만 피부에 마치 해변을 산책하는 듯한 차림새의 아름다운 큐레이터가 오늘 우리만을 위한 도슨트가 되어주기로. 영광스럽게도.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큐레이터에 잠시 넋을 놓긴 했지만 이곳의 작품은 매우 흥미롭다. 이스탄불 현대 미술은 잘 알지 못한다. 사전 정보 보다는 한국의 현대미술, 혹은 세계 현대 미술의 흐름을 상기하며,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했다. 오늘날의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전 세계가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예술은 그 보다는 독립적(창조적) 활동이지만 그 흐름 안에 놓여 있음은 분명하다. 터키 현대 작품들에서 익숙한 표현이 더러 보인다. 한국의 현대미술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1차 대전의 패전국에서 터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타투르크에 의해 근대화를 이루며 성장해 왔고 그것이 지속되다 최근에야 대통령 직선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터키에 머물며 느끼는 '다양성'에 대한 부분이 전시 전반에서도 강하게 느껴진다.
1층과 2층의 뻥 뚫린 공간에는 특별한 기교 없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흰색 가벽에는 페인팅 작품이 걸려있고 그 앞에는 설치 작품들이 더러 놓여 있으며, 영상을 보여주는 공간은 독립된 방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복잡한 구조가 아니어서 관람 동선상의 어려움은 없다. 전시장과 같은 층에 있는 카페테라스는 미술관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카페가 아닐까 싶다. 끝내주는 풍경이 있으니까. 그리고 놀라운 건, 엄청난 종류의 술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바에 온 줄 착각이 들 정도로 그곳의 분위기는 자유분방했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입구에 위치한 아트샵으로 향했다. 크지 않은 공간과 적은 상품 수, 그리고 구매욕을 당기지 못하는 상품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가방을 하나 사긴 했지만 그것이 미술관의 아이덴티티를 가져서는 아니다. 여행객에게 미술관의 아트샵은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의 특별함을 기념할 수 있는 장소이므로 무언가를 사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미술관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아트 상품의 개발은 좋은 수익모델임에 분명하다. 일전에 찾았던 테이트 모던에서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20만 원을 훌쩍 넘긴 기억이 있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2시간여의 관람을 마치고 큐레이터와의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미술관을 나섰다. 바로 옆 새로운 공간(신관)이 한창 공사 중에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그 아름다움에 더해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또 하나의 멋진 미술관이 탄생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