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문제를 발견한 사람들

지역생활문화혁신가 후속지원사업을 마치며

by 르코

제주에 살며 일상과 감정 가운데 많은 것들을 비워내거나 줄여가고 있지만 딱 한 가지 채워지거나 커지고 있는 것이 있다. ‘제주가 좋다’라는 감정이다. 제주는 정말 사랑스럽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나중에 제주에 한번 살아볼까 ‘라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품어봤을 것인데 그 막연한 바람들이 이제는 당장이라도 해볼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구나, 친구의 친구의 제주 이주 스토리가 심심찮게 들려오니, 제주 이주! 그야말로 이젠 남일이 아닌 것이다.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가꿔보자던 노년세대의 이주가 1세대였다면 올레길의 탄생과 각종 청년 문제, 소길댁 이효리 효과로 인해 늘어난 청년세대의 급격한 이주 러시는 이주 2세대의 현상이라고 할만하다. 느낌 아는 젊은 이주민들이 만든 힙한 카페, 게스트하우스 문화, 자유분방한 푸드트럭들, 유니크한 여행 프로그램 등 매력적인 현상들이 많기도 하지만 월 1,000명 이상이 한 도시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어찌 문제가 생기지 않으랴. 교통체증은 여느 대도시 못지않고 오폐수를 바다에 (몰래) 방류하는가 하면 여름에는 가뭄으로 격일제 단수를 시행했는데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한다. 나는 이 단수조치로 꽤나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들 외에도 안에서 곪아가는 각종 문제들이 도처에 있는데 더 이상은 간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음을 제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제주에 입도하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이효리가 아닌 이유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해결 방법 중 다수가 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을 차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공간을 소유하고 꾸미는 일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도시의 생활은 거의 모든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 출퇴근 지하철, 사무실, 쇼핑몰, 식당, 마트, 부모와 함께 거주한다면 잠자는 시간조차 나만의 공간은 허락되지 않기에 도시인들이 어쩌면 ‘나만의 공간’을 더욱 열망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여행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매우 이상적인 제주 라이프의 한 예이자 가장 흔한 예가 되어 버렸다.


친구가 제주에 사는 내가 부러웠는지 “제주 가서 카페나 할까?”라는 말을 했다. 내가 되물었다. “네 공간을 갖고 싶은 거야, 아니면 맛있는 커피를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거야?”(나는 이런 대화에서는 좀 까칠한 편이다.)


2016년 지역생활문화혁신가에 선발된 후, 매일 3~4시간씩 전문가들과 제주에 대해 토론을 했다. 그때 우리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제주의 미래가치는 무엇인가?’‘였다. 그 결과로써 <세렌디피티> 사업 모델을 발굴했고 2017년 후속지원사업을 통해 실험을 지속할 수 있었다. 8개월간의 지원 사업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성과를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2016년 처음 던졌던 ‘제주의 미래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보았다.


자신만의 문제를 발견한 사람들”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자신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역혁신가이고 이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일이 지속 가능한 지역재생의 해법이 아닐까. 이주 3세대는 그러했으면 하는 바람. 분명한 건 2018년에도 나는 제주에서, 제주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제주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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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사업성과 보고서 작성을 끝낸 후, 영혼을 조금 불어넣고자 이 글을 쓰고 [붙임]했다. 제주센터는 이 정도 반항(?)은 받아주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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