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인사이트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혼자 일하는게 익숙해지다보니 혼자서 1인 2역을 하며 아이디에이션하곤 한다. 일 뿐만아니라 평상시에도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을 나에게 아주 많이 던진다. 나는 행복한가? 결혼은 왜 해야하는가?
기획하는 걸 좋아하고 그걸 잘하는 편이라, 일로써 하고 있다보니 문득 “기획이 뭘까?” 라고 질문해봤다. 어렵다. 다시 질문해봤다. “나는 기획을 왜 잘 한다고 할수 있을까?”
1.(원래)질문을 많이 한다.
2.(요즘)시간이 많다.
기획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다. 주어진 혹은 발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풀어나가는 것이 기획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질문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만든다.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평소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된 생각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정보 수집 후 그것을 씹고 뜯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자산이 된다. 결국 생각 자산을 많이 보유한다는 것은 요리조리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다.
‘기획’을 잘하기 위해 ‘기획을 잘 하기 위한 일’을 했더니 ‘기획’이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일의 양=성장(혹은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끊임없이 스피치를 올려 일을 했고 금세 몸과 머리와 마음이 모두 소진되었다. 제주에 와서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쉬면서 일 생각을 조금도 안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심지어 평일에도 한량처럼 노는데 죄책감이 없다. 냉장고를 팔아 여행을 갈거라는 멕시코 아저씨의 극단적 카르페디엠 인생극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에 내 나이에 아사하는 사람보다 비관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오는 것을 보며 굶어죽지는 않을거라는 확신(?)을 하곤 한다. 정말 큰 일 날것 같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큰 일은 사실 욕심 부리다가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주머니에 만원이 들어있으면 만원을 잃어버릴 확률이 생기지만 10억이 있으면 모든 것을 잃을 확률이 생긴다.
결론은 잘 놀아야 날카로워진다. 놀아야 생각자산이 늘어나고 이 자산이야말로 내 무기가 된다.
축구선수가 90분간 공을 가지는 시간은 3분이라고 한다. 나머지 87분은 뛰어다닌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아 골을 넣기 위해 87분간은 공 없이 그라운드를 누빈다.
좋은 기획은 87분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