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만명의 승객

제주 인사이트

by 르코

제주에는 세 부류의 타겟이 있다.(2016년말 기준)
1. 토착민 58만
2. 이주민 8만(2010년 이후 이주자 수)
3. 여행자 연간 1200만, 평균체류일수 4일, 일 평균 12만(내국인)


평대리에서 놀다가 저녁 8시즈음 어렵사리 식당을 찾아 들어간 적이 있다. 제주는 그때도 지금도 밤에 문 여는 곳이 없어서 의아해하며 물었다. “늦게까지 하시네요?” “우리끼리 저녁에 놀려고 하는거에요. 심야식당처럼요.”


2004년 다음이, 2009년 넥슨이 본사를 이전하고, 2013년 이효리가 제주로 이주하면서 젊은 세대의 인구 유입이 한달에 많게는 1800명, 적게는(지금도) 1000명이상이 꾸준히 증가하다보니 이주민을 타겟으로한 비즈니스도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심야식당은 이주민 커뮤니티의 아지트격이었고 지금은 지역별로 군데군데 생겨나면서 밤 문화가 그리운 여행자들도 찾는 여행지가 되었다. 제주에 유니클로가 처음 생긴 것도 불과 2년전이다. 규모가 커진 내수 시장의 파이와 도시 생활자였던 이주민들의 취향과 구매력에 기댄 사업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의 제주이다.


이주민의 증가 속도에 아랑곳 않고 제주도내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과거나 지금이나 1200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절대적으로 많다. 제주에서 여행자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할때,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는데 나는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기천만원의 수업료를 지불했다.
지금 제주를 돌아다니는 12만명(평균체류기간 4일)은 3일뒤면 사라진다는 것과 5500만명 중에 1200만명, 그리고 그중 내가 원하는 날에 올 12만명을 타겟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주간 UV 500만명의 시장 1위 모바일 서비스도 단 20명을 모객하는데에 실패했다. 이런 이유로 제주에서는 비 정기적인 이벤트나 (오프라인)프로그램관련 사업을 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가로수길에 생긴 팝업 스토어는 오며 가며 보다가 주말에 오지만, 제주에서 오며 가며 홍보를 접한 사람은 당일에 육지로 사라져버리고 없으며 육지에서 이벤트 일정에 올 사람을 찾으려면 네이버 메인에 한달정도 광고해야할지도 모른다. (제주에서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 여름 극 성수기에만 열리는 이유이다.)


2년전 제주에 와서 사업을 하며 “제주는 말이 통하는 외국이다.”라는 결론을 얻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모두 한국 말을 하는데 외국에서 사업하는 것 같다. 지금도 외국인줄은 알지만 어떤 외국인지 알아가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제주는 전국 압도적 1위의 경제성장률(6.9%),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변덕스런 날씨(제주에서 실외 프로그램을 기획할 땐 우천시 대비 메뉴얼을 갖춘다),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력(사드 문제), 높은 인구증가율(9.9%)등으로 인해 비즈니스 변수가 굉장히 많다. 요즘은 특히나 공간운영에 있어 콘텐츠의 변화를 필요로하는 사업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전에 미팅한 A대표는 “5년전 만해도, 가만있어도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실 나는 출근해서 커피나 마셨지. 비오면 손님들이 그득그득해요. 마케팅이 뭐야 기우제나 지내면 됐지. 근데 요즘 사람들한테는 이제 이게 안먹혀.”라며 과거를 그리워 하셨다.


오늘 하루, 제주를 누비고 있는 사람은 78만명 정도이다. 비행기를 날게 하는 것은 엔진이지만 여객기를 날게하는 것은 승객이다. 78만명의 변덕스런 승객을 매일 관찰하고 기획해야 내일 당신의 여객기가 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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