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구제주 알콜스팟 6
서울 살 적에, 퇴근길엔 꼭 편의점에 들러 ‘4캔에 만원’ 짜리 맥주를 사서 귀가하곤 했다. 친구가 없지 낭만이 없어서야 되겠나며. 편의점 캔맥은 하루의 끝이요 내일의 에너지였다. 편의점 캔맥이 일상의 낭만이지 여행의 낭만은 아닐진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투숙객들의 손에는 늘 이슬 맺힌 편의점 봉다리가 들려있고 객실 청소를 마치면 따지도 않은 캔맥주가 여럿이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제주의 밤, 편의점 캔맥이 정말 최선입니까?
<1부, 여행의 마지막 밤 편>
"제주에도 클럽이 있어요?"
제주에 신이 1만 8천여 명이 있는데 그중에 모르긴 몰라도 못 놀아 죽은 귀신이 하나쯤은 분명 있을게다. 제주의 피 끓는 청춘들이 낑깡밭 일구고 감귤만 가꾸며 살거라 생각했단 말인가, 맙소사. 제주의 밤은 푸르지만은 않으니. 내일 비행기를 타는 당신. 자, 붉은 노을이 지거든 슬슬 긴 밤을 즐기러 나가보자.
01. 맥파이
구제주 밤 문화의 선구자다. 수년 전, 척박한 제주 나이트라이프에 한줄기 빛이 내렸으니. 로컬과 여행자, 내국인과 외국인 할 것 없이 맥파이에 모다들엉 ‘이태원 피맥'을 즐기며 선진 육지 문화의 은혜를 입었더랬다. 그토록 은혜롭고 잘 나가던 맥파이가 2년여간의 외도-인스타 갬성 충만한 ‘블루버드’로 확장 운영했는데 힙스터 DNA를 버린 것이 뼈아픈 실책-를 끝내고 올 5월 화려하게 복귀했다.
서울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얼마 후에 제주에 양조장을 마련하여 제주에서 생산, 전국으로 유통하고 있는 자타공인 제주산 맥주다. 말인즉슨, 가장 신선도 높은 맥파이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탭룸이 구제주에 있다는 말. 맥주의 명성 못지않게 피자는 또 어떤가. 맥파이가 피자 배달을 한다면, 내게서 알볼로와 도미노는 완전히 잊힐 것이 분명하다.
02. 멜맥집
힙과 로컬,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선택. 사족을 좀 달자.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이 글을 보는 힙한 당신이 구제주에서 밤에 로컬스러운 알콜 스팟 가려할 때, 떠오르는 곳이 있는가?(없다고 해 어서). 멜맥집은 제주산 멜 튀김-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갓 잡은 신선한 멜(멸치)을 기름에 튀겨 술안주로 먹곤 했다-과 로컬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라야 당신의 팔로워들이 제주 여행 중인 당신을 조금 더, 부러워하지 않겠나.
제태원, 일찍이 로컬 단골들이 멜맥집에 붙여준 별명이다. 그렇다. 애칭이 있을 정도로 로컬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베드라디오 호스텔 1층에 위치해있어 전 세계 여행자들의 자유로움이 도처에 흐르고 멜 튀김 먹으러 와서 이럴 일인가 싶을 정도로 이태원 스피릿 탑재된 고퀄 뮤직이 흘러나오니. 걱정 마시라, 흥에 취해 몸을 흔들어도 눈길 주는 이 하나 없을 것이다. (백지영을 많이 닮은 매니저 언니는 신기하리만치 흥이 계속 올라 있다.)
치맥 말고 멜맥이라지. 제주까지 와서 탑동 BHC에 앉아 있을 셈인가. 답답한 호텔 방에서 교촌치킨을 주문할 셈인가. 오늘 밤이 긴 당신. 멜맥집에서 ‘파리 투나잇’의 시동을 걸어보자.
03. 클럽 할라
“제주에도 클럽이 있어?”라 묻던 친구여, 고개를 들어 한라를 보라. 낮이라면 산이 보이고 밤이라면 클럽이 보일 것이다. 아유 레디? 당신의 비행기 시간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출국 시간을 확인하고 입장하기 바란다. “거기 막 12시 되면 막 뚜껑 열리고 막 그런 거 아냐?”
돔 나이트는 당신이 교과서에서 봤던 ‘삼다도'시절 이야기이니 ‘막'말은 그만두고 어서 쉐킷바리. 콤온바리, 에블바리. 렛스고파리.
힙합 음악이 주를 이루는, 홍대나 이태원에 있을 법한 분위기의 클럽인데 차이점이 있다. 제주의 클럽엔 흔히 말하는 ‘부비부비'가 없다. 모두 동네 친구요, 친인척인 사람들과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특별하다. 이곳에 여행자는 당신뿐이고 모두 그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둠칫둠칫. 멈추지 말고 드랍 더비트
밤이 깊었네. 노래하고 춤을 추는 불빛들. 이 밤에 취해, 술에 취해. 흔들리고~
있다면 당신이 ‘슬기로운’ 제주의 밤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다. 취해버리면 서울의 밤과 뭐가 다르냐고? 10분, 아니 5분만 북쪽으로 걷다 보면 이내, 드넓은 제주의 바다를 마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주의 밤이다.(부심)
사진, 글, 편집 : 이광석
제주에서 살고 베드라디오 호스텔을 운영합니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로컬의 일상을 여행하고픈 분들에게 추천하는 곳들을 글로 써 내려갑니다. 이 글은 호스텔 베드라디오의 공식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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