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ffi는 Portakal가문의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유명 갤러리스트 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이다. 올해 100주년을 맞는 Portakal Gallery는 딸인 Maya Portakal이 4대째 이어받아 운영을 하고 있으며, Raffi는 미술계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베식타스 JK 뮤지엄의 컨설팅을 맡아 우리와의 인연이 닿게 되었다.
이스탄불의 니 샨타 시는 서울의 청담동쯤되는 곳으로써 많은 명품숍과 갤러리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 Portakal의 이름을 딴 Street이 있으며 그곳에 Portakal Gallery가 있다. 100년 가업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명품거리와 오래된 가문의 위엄을 상상한다면 이 갤러리는 차라리 매우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2층으로 된 낡은 건물을 들어서면 1층은 전시관, 2층은 도서관과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1층은 어두운 공간에 그림 10점 이내가 전시된 소규모 갤러리이다. 이번 컬렉션은 이탈리아의 화가 Fausto Zonaro의 작품들이다. 그림들을 감상하다 어느 한 초상화에서 인물의 눈과 시선에 대해 주의 깊게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Sabanci Museum에서 한참 이야기 나눴던 그림과 같은 작가라고 한다. 어느 곳에서도 나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허공을 보는 것이 실제 사람의 눈처럼 오묘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품 앞에서 영광스럽게도 Raffi와 한컷.
2층에는 어지럽게 캔버스가 놓인 복도를 지나면 작고 매력적인 Library가 있다. 미술 관련 서적들이 3면을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곳에 앉아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터키쉬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절로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Raffi와의 회의 중, 잠시 르느와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직원분을 부르시더니 그림을 갖고 오게 하여 우리 눈앞에 보여 준다. 맙소사 르느와르의 정물화다. 진품이 내 눈앞에……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다. 몇 개의 방이 더 있는데 오너의 사무실은 매우 소박했지만 여유가 넘쳤다. 100년간 이 곳을 이끌어간 가업의 주역들이 사진 속에 자리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은 모습에서 더 큰 자부심이 느껴진다.
갤러리 관람은 뮤지엄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소규모이지만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조용히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또한 갤러리스트의 안목과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 세기 동안 한 가지 사업을 꾸준히 이어 온다는 것, 이제 5년 차에 접어든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곳의 소박한 모습과 파트너를 대하는 겸손한 태도는 권위 의식과 엘리트주의에 푹 저며진 우리의 모습을 반성케 한다. Portakal Gallery, 100년간 만들어진 위대한 작품은 소박하고 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