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이 바라보는 디지털 기술

관람객으로의 관점 전환

by 르코

작년 한 박물관에 디지털 돋보기 시연을 간 일이 있다. 지금은 국내외 많은 박물관에서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리움미술관 정도만 전시에 활용하고 있었고 그 외 박물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던 듯하다. 좁은 사무실에서 46인치 DID(디지털 사이니지용 모니터)를 책상에 걸 터놓고 학예사와 관계자들 앞에서 작품을 확대, 축소, 회전하며 디지털 돋보기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시연 후, 학예사 한분이 짧게 소감을 말씀하셨다.


“작품을 꼭 이렇게 봐야 합니까?”


디지털 기술을 바라보는 학예사의 입장은 분명해 보였다. 시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한마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질문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박물관의 역할과 본질적 기능, 하루가 다르게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디지털 기술... 이 가운데서, ‘박물관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또는 언제 그러할 것인가’를 복합적으로 우리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듯했다.

전시에 어떤 기술을 사용할 때나 어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낼 때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돋보기를 처음 기획했을 때, 이 질문을 던졌고, ‘작품을 더 잘 보고 싶어 하는’ 관람객의 욕구가 있다고 판단했다.


‘왜'라는 질문은 확고한 신념 위에서 강력한 필터링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이런 결론을 내리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신념)는 바로 “관람객 중심의 전시, 관람 문화"이다. 가장 먼저 관람객 입장에서 생각한 아이디어들이 박물관과 관람객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박물관에서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있는 곳-박물관 밖-이 그러한 생각들을 조금 더 심플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외부에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하며 기술 및 대중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므로 인해 얻게 되는 정보의 양이 훨씬 많고 빠를 수밖에 없다.


그 시연이 있은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디지털 돋보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방법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새로운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오프라인을 넘어서 구글의 아트 프로젝트, 네이버의 뮤지엄뷰와 같이 거대 IT기업에서는 온라인 상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내방 책상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박물관의 움직임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국립중앙 박물관등의 웹사이트에서는 소장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요즘 한창 화두인 O2O(Online to Offline) Business가 문화예술 전시분야에서 O2O Exhibition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online)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하면 흥미뿐 아니라 관련 지식이 쌓이게 되고 사람들은 전시관(offline)을 더 많이 찾게 된다. 선순환 구조이다. 우리가 늘 디지털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듣지만 콘서트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기술은 수단이며 본질이 될 수 없지만 기술의 진화를 외면하거나 깊게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손재권의 ‘파괴자들’ 중


박물관은 소장품을 보존하고 연구하며 대중들에게 교육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박물관의 주요 기능과 작품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다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는 계속적으로 재고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최근 들어 박물관에서 교육의 기능이 강화되고 여가공간으로서의 새로운 기능을 하게 된 것은 대중들과 소통해오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이다. 스마트 폰을 위시한 갖가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진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앱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박물관의 본질적인 기능을 강화하고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함으로써 박물관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 그래서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화한다. 그 중심에는 IT기술이 있고 기업이 있다. 이들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기술 개발의 근간은 사용자의 욕구에서 시작되며 사용자와 동떨어진 기술은 무의미하다. 디지털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중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