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미술과 친해질까?"
도슨트 운영 횟수를 늘리고, 오디오 가이드를 구비하고, 브로셔를 친절하게 만드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전 세계 많은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미술관의 고민은 10%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90%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이전에 "1년 동안 미술관에 평균 1회도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오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변화는 긍정적이라 생각하지만 본질적인 Pain Point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아 전시를 보다 말고 참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여성이, 빛이 아름다운 한 설치물 옆에 서서 다양한 각도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 몇 장을 찍고는 SNS에 올리는지 한참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나가버렸다. 이런 광경은 주변에 자주 일어나고 있고 언제까지고 관람객의 태도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미술관과 대중의 거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렇다고 무작정 브로셔를 주고, 오디오 가이드를 손에 쥐어주는 일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문화에서의 파노플리 이펙트. 미술은 대중들에게 그저 '좀 있어 보이게' 만드는 수단일 수도 있다. 다양한 볼거리로 미술관에 놀러 오게 만들기 이전에 미술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으로 접근해야 한다. 푸트코트, 미술관내 영화관과 같은 문화/편의시설은 작품 다음이지 않을까. 미술 작품과 친해지도록 하고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전시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 일 것이다. 미술에 흥미를 느껴야 다시 찾는다. 전시를 다시 찾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찾게 된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하나 깨달은 게 있다. 결국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문제들로 골머리가 아플 때 문제를 가장 심플하게 만드는 것은 '고객'이다. 기존의 산업 생태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고객 세그먼트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한다. 고객이 원할 때 시장이 형성되고, 고객이 많아지면 산업이 되고, 고객과 시장이 만족함으로써 생태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전시방법을 연구하고, 보관방법을 연구하고, 미술교육을 연구한다. 2300년 동안 미술관은 변함없이 핵심기능을 수행해 왔고, 그건 문제없다. 단, 최근 들어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처럼, 대중화는 시대의 흐름을 쫓아 빠르게 대응해야 가능하다.
대중이 미술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작품을 직접 사거나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다. 두 가지의 소비에서 이해집단은 달라지지만 이 소비의 주체인 고객의 목적은 하나-유통은 제외-다. 그림이 좋아서 이다. 그림이 좋으려면 웬만큼 알아야 한다. 대중들은 알지도 못하는 그림을 보러 가기보단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간다.
대중이 미술에 친해지도록 하는 것은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적용해나가야 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은 잠시 접어 두고, 영화관을 가거나 콘서트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미술관은 대중문화-미술뿐 아니라-의 트렌트를 연구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결국은 고객이 움직여야 기업이 움직이고 투자가 이루어지며, 투자가 이루어지면 전시, 미술교육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전시와 교육은 대중들에게 미술을 좀 더 알게 할 것이다. 그림을 알게 된다면 소비가 활발해지고, 신진 작가들의 작업환경은 개선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 선. 순. 환. 하게 된다.
메세나법, 기부,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분명 필요하지만 너무나 가변적이고 불안정한 BM이다. 특히 유럽, 미국과는 다른 경제상황, 문화의식 수준의 한국에서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생적으로 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술이 가진 '고급문화'라는 인식을 잠깐은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미술 문화 자체가 다른 문화보다 프리미엄이 되기보다는 미술시장 내에서 프리미엄 콘텐츠와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음악에서도 클래식과 인디음악이 있듯, 한 문화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것이 더욱 경쟁력 있다.
창업 초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전시를 더 재밌게 볼까?'를 고민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의 비전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미술에 더 친해질까?'로 향해 있다. 뿌리를 찾다 보니 문제 해결의 범위가 커진 것이다. 미술시장의 발전, 문화융성이란 비전을 실현하는 것은, 여기서 부터라고 생각했다. 미술의 역사와 복잡한 시장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은 갖추지 못했으나 미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같지 않을까. 그래서 그것 하나만 보고, 우리가 잘하는 방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것이다. 미술작품이 변하듯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하고, 또한 거기에 맞물려 산업이 변화해야 한다. 시장의 주인은 고객이고 고객의 니즈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맛집을 찾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캠핑을 즐기는... 대중들의 생활패턴에서 '미술'에 문화의 한자리를 내어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의 생각을 읽어야 하고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조금씩 친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대중이 미술을 접하는 공간이 미술관에만 국한되어서도 안된다. 음악이 그렇듯, 언제 어디서나 미술을 접하고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미술관과 작가들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노력하는 것처럼 탱고마이크 역시 우리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이다. 미술에서 조금 떨어져,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기존에 없던 방법을 연구하고 혁신한다면 분명 미술산업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물론 디지털 기술이 정답은 아니다. 수단이지 본질이 될 수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를 외면하거나 깊게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자포스의 CEO 토니 쉐이는 '매직은 아트와 테크가 만나야 이루어진다'라고 했다. 이 말은 테크놀로지 중심의 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기술과 예술의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대중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가 생겨날 수 있다. 미술산업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원하는 새로움, 혹은 변화는 그들이 친숙한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기술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기술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