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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코 Aug 11. 2023

사람들은 왜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에 돈을 지불할까?

변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917년의 일입니다. 뉴욕에 사는 한 프랑스 청년이 모트 아이언 웍스(Mott Iron Works)라는 배관 전문 업체에서 소변기 하나를 구입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 소변기를 가져와 <R. mutt 1917>라 서명한 뒤 뉴욕 독립예술협회에서 주최하는 앙데팡당전에 <샘 Fourtain>이라는 이름으로 출품합니다. 길 가다 구입한 소변기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는 ‘이제 미술은 더 이상 어떤 대상을 평평한 캔버스 위에 재현하거나 혹은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성 제품에 사인을 함으로써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 작품이 된다.’고 말합니다. <샘>을 본 관람객들은 당황했고 비평가들은 조롱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시 위원회는 <샘>의 전시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후 작품은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는 루머와 함께 자취를 감추는데요. 배고픈 예술가가 평단의 주목받고자 벌인 해프닝이었을까요? 

2004년 12월 1일,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터너상' 시상식에서 20세기 100년간 가장 위대한 작품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샘>이 선정되었습니다. 출품 당시 조롱과 비판을 받았던 <샘>은 87년 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샘>이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최고의 작품의 반열에 오른 걸까요? 뒤샹에 의해 전시장에 ‘놓인’ <샘>은 ‘개념’이 예술의 증거물입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잠깐 슬램덩크 정대만의 명언을 빌려오겠습니다. 



물성(변기)은 거들뿐

뒤샹은 자신의 개념(의도)을 표현하기 위해 물성을 가진 오브제를 선택했습니다. 창작이 아니라 말이죠. 배관 업체보다 전파사가 더 가까웠다면 라디오를 선택해 출품했을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물건에 어떠한 변형이나 디자인을 가하지 않고 제목만 부여하여 전시하는 것을 ‘레디메이드 Ready-made'라고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의'라는 뜻이지만 뒤샹에 의해 미술의 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미술사는 <샘>을 경계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Before 샘'은 작가라는 절대자에 의해 작품이 창조되었다면 ‘After 샘’은 작가가 기성품을 선택하여 전시장에 갖다 놓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개념미술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더 편한 것을 팔다

1913년 일본 오사카에 이치카와 형제상회(市川兄弟商会)라는 보온병 제조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조지루시 마호빙 주식회사(象印マホービン株式会社)의 전신입니다. 조지루시라는 회사 이름은 낯설어도 코끼리 밥솥은 기억하실 겁니다. 조지루시는 80년대 우리나라에 이른바 ‘코끼리 밥솥 열풍’을 일으킨 회사입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부터 해외여행의 문호가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끼리 밥솥은 일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상징이자 필수품이었죠. 저도 어릴 적, 일본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코끼리 밥솥'을 들고 와 의기양양하게 어머니께 건네는 장면이 기억이 납니다. 당시 함께 출장을 갔던 세 분 모두 조지루시의 코끼리 밥솥과 파나소닉 카세트 오디오를 사 오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는 가스나 아궁이에 밥을 지은 뒤 보온밥통으로 다시 옮겨 보관했습니다. 조지루시의 코끼리 밥솥은 취사와 보온을 한 번에 해결하니 당시 주부들의 가사 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죠. 국내에서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65년 금성사(현 LG)에서 처음으로 전기밥솥을 출시했지만 제품의 완성도가 낮고 밥 맛이 떨어지는 기술력의 한계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성과 밥 맛(기술력)을 모두 잡은 ‘코끼리 밥솥'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죠. 이미 1940년대부터 전기밥솥 시대를 연 일본이었기 때문에 우리보다 기술력이 한참 우위에 있었습니다. 



더 좋은 것을 팔다

1998년 국내 회사 쿠쿠의 전기압력밥솥이 등장하면서 대세는 바뀝니다. 인덕션(IH) 히터 방식의 기술로, 압력밥솥으로 지은 듯 찰기 있는 밥을 재현하며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기술력은 1차적으로 ‘편의성'의 향상을 도모합니다. 편리해지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죠. 코끼리 밥솥은 밥 짓기와 보관하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여 전기밥솥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시장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기술력은 ‘성능'의 향상을 도모합니다. 조지루시의 밥솥보다 쿠쿠의 밥솥이 더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졌기 때문에 마켓 체인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전기압력밥솥은 압력밥솥으로 지은 찰기 넘치는 밥을 ‘재현'하며 충분한 성능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 고객은 어떤 가치가 필요할까요?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면 고객은 더 좋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찾습니다. 



다른 것을 팔다

“국제화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 삼성의 핵심 CEO와 고위 임원들을 모아둔 자리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합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니요. 매우 절박하고도 강력한 주문입니다. 지금 삼성의 기반을 만들 수 있었던 대 전환점이었죠. 문제 인식에 뒤 따르는 방향도 제시합니다. "앞으로 세상에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진다. 개성화로 간다. 자기 개성의 상품화, 디자인화, 인간공학을 개발해야 합니다. 앞으로 개성을 어떻게 하느냐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좋은 값을 받으려면 디자인부터 최고급으로 해서 여기에 간편하고 편리한 기능을 추구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에 이미 산업의 주요한 승부처는 ‘디자인'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1995년에 디자인 교육기관 SADI를 설립하여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에 이릅니다. 기업에서는 디자이너의 수요가 급증하는데요.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디자인 과를 신설하여 브랜드 디자인, 제품 디자인, UX/UI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디자인 분야 안에서도 세분화된 전문성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영국 런던의 디자인 컨설팅 펌 IDEO는 2008년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디자인 씽킹'이라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산업의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때부터 외형을 다루던 디자인이 경험이라는 무형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죠. 경영에도 디자인 방법론이 도입됩니다. 제품의 생애주기가 짧아지고 시장이 빠르게 변하거나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창의적 문제 해결이 중요해지자 디자인 씽킹이 경영에 접목된 ‘디자인 경영'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릅니다. 밥집이 없는 동네라면 밥집을 차리면 되지만, 중국집부터 이태리 식당, 디저트 카페까지 없는 게 없는 동네라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보다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해지죠.  



이념 Ideology을 팔다. 

“여기 미친 이들이 있습니다. 부적응자, 혁명가, 문제아 모두 사회에 부적격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물을 다르게 봅니다. 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고 현상 유지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찬양할 수도 있고, 그들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들을 찬미할 수도 비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진보시켰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봅니다. 미쳐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1997년 애플의 TV광고 <Think Different>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애플은 광고에서 제품 대신 피카소, 마리아 칼리스, 간디, 루터 킹목사, 아인슈타인, 채플린, 존레논과 오노요코, 제인구달, 로사 팍스 등 세상을 바꾼 천재들을 보여주며 그들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 애플의 로고와 Think Different라는 메시지 하나를 보여줍니다. 1분의 광고 어디에도 애플이 어떤 회사인지 설명하거나 팔고자 하는 제품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을 바꾼 천재들을 찬양할 뿐이죠. 그리고 슬로건과 로고를 한 장면에 담음으로써 애플이 세상을 바꾸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1997년은 스티브 잡스가 경영 분쟁으로 애플에서 쫓겨난 후 약 10년 만에 임시 CEO로 다시 애플에 복귀한 해이기도 합니다. 1998년 애플은 모니터와 본체를 일체화한 아이맥을 출시하여 데스크톱 시장을 바꿨습니다. 2001년에는 아이팟을 발표하여 MP3 시장을 바꾸죠. 그리고 2007년, 애플이 출시한 핸드폰 하나가 세상을 바꿔버립니다. 우리는 지금 ‘After iphone’의 시대를 살고 있고요.  <Think Different>는 애플의 이념이자 슬로건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을 설명하는 대신 브랜드의 이념을 전달합니다. 제품에 (브랜드의) 이념을 입히는 거죠. 그리고 반복적으로 로고를 보여줍니다.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애플 브랜드의 모든 활동을 로고에 저장하게 됩니다. 그 결과 고객의 시선이 ‘시장에 어떤 제품이 출시되는가’에서 ‘애플이 무엇을 출시하는가’로 바뀌게 됩니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애플 is 뭔들'이 되는 겁니다. 조지루시의 코끼리 밥솥, 쿠쿠의 IH방식의 전기압력밥솥, 삼성의 신경영 선언, 그리고 애플의 ‘Think Different’를 통해 편의성에서 이념으로 넘어오는 고객의 시대별 주요 구매요인 변천사를 살펴봤습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편의성->성능->디자인->이념

사람들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자주 비교하곤 합니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오랜 경쟁 구도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이폰에 들어가는 배터리, OLED(디스플레이), D램, 낸드플래시 등의 핵심 부품은 대부분 삼성의 제품입니다. 두 기업의 제품을 두고 편의성, 성능, 디자인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은 상향 평준화 되었고 디자인은 이제 취향의 영역에서만 작동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두 회사의 우열을 가리긴 힘듭니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애플이 확실한 우위에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여 년간 애플은 시장을 바꾸고 창조하며 Think Different의 이념을 줄곧 실천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애플은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어선 인류 역사상 첫 번째 기업이자 유일한 기업입니다. 



이념, 제품을 입다 

이제 사람들은 어떤 제품을 구매하려 할까요? 물론 브랜드의 시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브랜드를 전개하는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겠죠. 여기 재밌는 방법으로 브랜드의 상식을 뒤엎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직장을 퇴사한 한 청년이 퇴사부터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의 과정을 유튜브에 방송합니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는 이들이 꽤나 힙해 보여서 일단 봅니다. 초기 파트너를 누구로할지,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브랜드 페르소나는 어떻게 만들지, 아주 상세하고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좌충우돌하는 모양새가 안쓰럽다가도 왠지 내 모습 같아 묘하게 공감이 갑니다. 2020년 5월 1일 노동절, 홍대의 한 편집숍에 줄이 길게 늘어섭니다. 프리워커들을 위한 작은 농담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모베러웍스가 오프라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프리워커스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모베러웍스는 이들을 위한 작은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이고요.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라니. 일을 취미로 하진 않을 텐데요. 대체 돈은 어떻게 버는 걸까요? 속살을 들여다보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브랜드 관련 외주 프로젝트를 합니다. 옷과 이런저런 굿즈들을 팔기도 하고요. 노동절에 맞춰 팬들과 행사도 합니다. 한마디로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에 돈을 지불할까?라고 물어야 하겠습니다. 조지루시와 쿠쿠는 제품을 팔기 위해 기술력을 활용했습니다. 삼성은 기술력 시대의 한계를 인지하고 제품을 팔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했습니다.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팔기 위해 ‘Think Different’로 대변되는 브랜드를 활용했습니다. 

목적: 제품의 판매

수단 : 기술력(편의성, 성능), 디자인, 브랜드

조지루시와 삼성과 애플은 팔아야 할 제품이 있었습니다. 모베러웍스는 어떨까요? 애초에 무얼 팔아야겠다 보다는 이념(개념)을 먼저 세웁니다. 브랜드라는 ‘수단’을 ‘목적’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리고 브랜드 이념을 표현하기 위해 옷, 유튜브, 전시 등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뿐입니다. 제품에 이념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이념에 제품을 입힌 거죠. 

목적: 브랜드 이념 확산

수단: 제품(굿즈), 유튜브, 전시

비즈니스의 본질은 재화를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팔아 이윤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기술력, 디자인, 브랜드는 재화를 더 잘 팔기 위한 도구들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볼까요. 고객은 기업의 제품을 언제 살까요? (통상적으로는)필요할 때 삽니다. 밥솥은 밥을 편리하게 해먹을 필요가 있어서 사고 핸드폰은 세상과 연결될 필요가 있어서 삽니다. 심지어 명품도 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삽니다. 필요 Needs는 고객과 기업을 연결해 온 강력한 ‘고리'입니다.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의미를 짚어봐야 하는 이유는 이 ‘고리'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공감하면 삽니다.” 모베러웍스는 브랜드를 전달하는 방식부터 이전의 브랜드들과 달랐습니다. 대개 고객은 완성된 모습의 브랜드를 만납니다. 모베러웍스는 대략적인 방향만 가진 채로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러니까 미완성 브랜드로 고객과 만났습니다.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바꿀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여지를 고객에게 열어주는 거죠. 대중의 참여입니다. 함께 만들어 간 브랜드에 애정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들은 공감하는 팬에게 ‘모쨍이'라는 이름도 붙여줍니다. 물론 함께 고민하여 투표로 정한 이름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가 모쨍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메신저'를 자처한 거죠. 이런 메시지들입니다. ‘As soon as possible’의 soon을 slow로 슬쩍 바꿔 ‘As slow as possible’로 바꾸거나 노 어젠다 No Agenda, 스몰 워크 빅머니 Small work Big money 등 주로 일터에서 쓰이는 언어들입니다. 내가 직접 쓰면 눈치 보일 말들을 힙한 디자인의 티셔츠, 포스터, 스티커, 슬리퍼에 인쇄하여 대신 말해주니 고객은 공감을 넘어 쾌감을 느끼게 되죠. 모베러웍스는 일하는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을 포착하여 위트 있게 표현합니다. 억눌려 있었다는 건 반 사회적이라는 이야긴데요. 이걸 속 시원하게 꺼내주니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모베러웍스를 기업으로써 보자면 삼성, 애플에 당장 비견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브랜드로써는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반 사회적 언어를 가공 없이 날 것 그대로 꺼내버리면 감정의 배설에 그쳐 휘발되고 맙니다. 모베러웍스의 메시지는 왜 힘을 발휘하고 심지어 점점 더 커져갈까요? 바로 ‘위트'와 ‘대중의 참여'라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모베러웍스는 기업활동이라는 수단으로 사회적으로 억눌린 감정들을 표현합니다. 대중은 구매(참여)를 통해 메시지를 확산시켜 나가고요. 이 둘의 고리는 다름 아닌 ‘공감'입니다.

편의성->성능->디자인->이념->공감

20세기 초 뒤샹의 <샘>은 예술의 오랜 규칙이었던 ‘On canvas’를 탈피, 개념 예술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그가 선택한 변기는 단지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는데요. 오늘날 기업에게 제품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기업의 활동에 있어 필요한 것은 분명 하나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요즘 MZ세대의 고객들은 특정한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습니다. 브랜드의 이념이 주요 구매요인이 됨으로써 기업들은 브랜드의 이념뿐 아니라 세계관을 가지기도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베러웍스의 사례는 브랜드가 굳이 거창한 철학 또는 거대한 세계관을 가져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에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있으니 말이죠. 

글을 쓰는 지금,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행히) 필요한 것들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실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죠. 아쉽게도 늘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공감'입니다. 마음은 여유로울수록, 거리는 가까울수록 거래가 쉬운 것이 공감인데요. 우리는 ‘필요’ 한 것들을 사기 위해 일하느라 늘 여유가 부족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고요. 오늘날, 공감이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바라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을 재화(財貨)라고 합니다.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재화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기업의 일 아니던가요. 무엇을 팔아 이윤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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