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짜노동>을 읽고
효율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현대사회인데 왜 인간의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노동량의 증가가 생산량의 증가와 무관할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데이터가 있음에도 왜 정부는 주 69시간을 추진하고, 회사는 옹호하고, 개인은 퇴근을 하지 않으려/눈치 보며 하는 걸까?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롯된 노동 숭배, 산업사회의 산물인 시간단위 노동의 역사, 바쁨에 중독된 현대 사회, 인구 증가등 역사/문화/사회적 배경과 인간의 본성인 게으름, 인정욕구, 불안, 책임 회피, 불신(그래서 나타난 통제)등이 결합되면서 오늘날 회사에는 다양한, 그리고 아주 넘치는 가짜노동이 존재하고 가짜노동을 하는 개인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환상을 유지하고자 한다.
책의 말미에 가짜노동을 극복하는 ‘맞는 말’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뿌리 깊은 역사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는 가짜노동은 개인 수준의 노력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간의 노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귀찮은 노력을 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노동하는 나’를 부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대단히 귀찮은 일이다.
누군가는 필경사 바틀비처럼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마이웨이 선언을 할 수는 있겠고, 그렇게 하라고 저자도 말하지만 이 또한 사회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 치환해 버린다는 측면에서 케케묵은 정치인의 언어와 다를 바가 없다.
내가 하는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노동’이라는 활동을 비판적으로 환기하기에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저자이자 배경이 덴마크라는 것이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가장 행복한 나라, 잘 사는 나라로 각인된 덴마크의 회사 문화, 사회 문제가 우리나라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해서 이미지와 현실의 단차가 주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