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부모님께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3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좋은 반려자를 만나는 기회, 좋은 직장에 입사하는 기회 그리고 임원 승진, 복권, 아파트 청약과 같이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주어지면 살림살이가 드라마틱하게 나아지는 랜덤 선물 박스 같은 기회가 한 번 더 있길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 낸, 다소 낭만적 아포리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고도 성장 & 평생 직장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기회는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귀하게 여겼을 법합니다.
다시금 부모 세대에게 이 말을 듣는다면 이렇게 정정해서 말씀드릴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X+Y)*A번의 기회가 옵니다.” 낭만을 다큐로 받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현실은 냉정하니까요! X는 내가 창출하는 기회, Y는 타인이 창출하는 기회이고 A는 알고리즘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율이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합니다. 또한 대 퇴사 시대, 프리랜서의 시대, 프로 이직러, N잡러, 1인 창업, 부캐 등 지금의 시대를 관통하는 현상을 가치 판단 하지 않고바라보면 하나의 사실을 가리킵니다. 바로 기회의 증가입니다. 과거 평생 직장을 꿈꾸는 사람들은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회사가 정한 룰에 따라 승진을 하면 되었죠. 반면 오늘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새로운 기회를 만들거나 얻기 위해 항상 레이더를 켜고 연대하고자합니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기회의 수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여기에 알고리즘이 가세하면 기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연결하여 이벤트(열람/좋아요/구독/구매)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잠도 자지 않고 기회를 원하는 사람들을 귀신같이 찾아내 눈 앞에 보여주죠.
한편 사람(X와 Y)은 에너지가 제한되어 있고 잠도 자야합니다. 독서 모임과 같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다녀오면 재밌지만 진이 쏙 빠집니다. 그래서 온라인에 나를 대신할 브랜드(XB)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영상/글을 통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XB를 만들어두면 A가 밤낮으로 일해 Y를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가령 “에이 내가 무슨 책을 내.” 이건 부모 세대가 가진 ‘3번의 기회’관점에서 본 태도입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대단한 업적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극도로 제한된 출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걸 ‘(X+Y)*A의 기회’ 관점에서 보면 “일단 기록하고 올려두자."가 됩니다. 참고로 변화한 시장의 환경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열이 아니라 다양성이 작동의 원리입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다양성의 가치를 가진)기록을 해두면 기록->책이 아니라 기록->좋아요->구독->...->책 등 수 많은 단계에 걸쳐 이벤트가 일어나고 점차 이벤트(기회)의 질이 높아집니다. 그것이 꼭 책이 되어야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책이 될수도 있습니다. 책이라는 기회를 만들어야하는 누군가(Y)가 나의 브랜드(XB)를 발견하고 연락이 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