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코 Jan 28. 2024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책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를 읽고


<피로사회>를 쓴 한병철 작가의 신작이다. 


신작이지만 2012년~2016년까지 기고한 칼럼을 엮어 만든 책이라 기본적으로 <피로사회>의 주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 사회를 ‘과잉자본주의’라 명명하고 칼날 같은 단어들로 '묘사’ 해 나가는데 이 묘사가 신랄하다 못해 디스토피아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자연재해나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이 아니라 성장에 중독된 자본주의 사회가 빚어낸 디스토피아.


현대인은 소유의 주체이자 스스로 노예가 됨으로써 고립을 반복한다.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되어 있다 보니 큰 에너지 또는 덩어리가 추동해야 하는 ‘혁명’은 오늘날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제목에 낚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피로사회>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한병철 작가의 책은 누아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릴과 찝찝함이 공존한다. 날카롭고 통쾌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결국 우리 사회의 처절한 모습이 실감 나서 기분이 영 개운치 못하다.


현대 사회를 묘사하는 문장을 끝없이 나열(주장과 다수의 근거를 대는 방식의 서술이 아닌)하는 책인데 읽다 보면 마치 대영 박물관을 처음 갔을 때가 떠오른다. 흥미롭다가 점점 끝도 없는 장물을 보며 지쳐가는 기분이랄까.    


작가의 이전글 붓다가 다윈을 만났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