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불교와 양자역학]을 읽고
현대사회는, 오늘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쇼츠를 무한스크롤하는 99.9% 사람과 그 무한스크롤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욕망을 극도로 제어하는 0.1% 사람들 간의 싸움이다.
(쇼츠도 멀리한 채) 비록 머리를 짧게 자르고 회색 옷을 자주 입지만 갑자기 속세를 떠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데, 서구 사회의 최 상위 지식인과 자본주의 최전선의 하이 퍼포머 High Perfomer는 왜 오늘날 (서양) 불교를 이야기할까. 이것이 요즘의 관심사다.
불교와 양자역학의 유사성을 과학적 근거로 설명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단으로써 불교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책이다.
우리가 약 삼백 년간 옳다고 믿었고 아직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 뉴턴주의적 사고-물질세계의 독립성-는 인간 사회의 차별성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최고 이론인 양자역학(그리고 상대성이론)을 통해 어떤 물질도 독립적이지 않고 상보적 관계에 있음이 밝혀짐에 따라 현대 과학의 발전은 오늘날 사회의 차별적 사고를 극복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은 오늘 나의 저녁메뉴를 결정하는 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인식의 변화는 더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과학의 발전과 사회적 인식의 시간차를 극복할 도구로 저자는 불교의 가능성을 엿본다. 달라이 라마를 추종하여 불교의 교리를 이론물리학으로 설명하며 저자는 양자역학의 비국소성과 무차별성은 불교의 ‘공’ 사상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 의미적 유사성 외에도 과학적/논리적 검증을 통해, 중관주의로 대표되는 대승불교의 교리는 양자역학과 놀랍게 일치함을 밝혀내고 있다.
한편 현대물리학과 중관주의 사상의 합일성에도 불구하고 인과성에서 만큼은 완전한 차이를 보이는데 다윈의 진화론과 양자역학은 우연성에 기반하는 반면 불교는 인과응보를 대변되는 인과율의 원칙을 설파한다.
현대 물리학과 불교의 극적인 만남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유전자는 이기적(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빌어)이라는 과학적 사실과 이타심(자비/사랑)을 실천하는 불교의 사상에 있어서 만큼은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이 책의 저자도 과학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