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푼에 목숨을 구함

by 르코

새벽녘 피곤한 귀갓길.

언제나처럼 업무에, 사람을 만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20여분이 지나 잠시 눈꺼풀이 내려앉았고, 이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온통 하얀색으로 뒤 덮인 채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간다.

“꿈인가? 죽는 건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사고가 났구나’

깨진 창문을 찾아 가까스로 차에서 기어나와 주변을 살피니, 톨게이트 입구에 차가 전복된 채 끼여있다.

내가 타고 온 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끔찍한 광경, 그곳을 분주히 오가며 사고 수습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 나는 그냥 서 있다. 살아서 서 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고 부러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살아서 그곳에 한참을 서 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몸을 뉘었다. 몸 곳곳에 묵직한 통증이 찾아왔다.

‘이 사고는 왜 일어난 걸까?'

사고가 난 후부터 계속 질문한다. 물론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두 다리로 걸어와 내 방에 몸을 뉘일 수 있어 다행이다. 내가 잠든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방문을 닫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 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난 저 질문에 답을 빨리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차량은 폐차해야 하고 입원비는 얼마고 보험료는 할증이 붙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접었다. 한심한 고민이다.

지난 3년간 출퇴근을 하며 얼마나 많은 졸음운전을 했던가, 업무 미팅 시간을 맞추려고 얼마나 위험한 운전들을 했던가. ‘어쩔 수 없잖아, 괜찮을 거야’라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생각들의 결과로써, 어쩌면 가장 가벼운 벌을 받은 게 아닌가. 난 가볍지만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

다행이다. 사고가 나서 정말 다행이다. 살아서 다행이고, 지금 사고가 나서 천만다행이다.

비단 운전뿐이겠는가. 스스로를 돌아보니 얼마나 무책임한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안일한 대처를 해오며 소위 운빨로 버텨 왔는지.. 아찔해진다. 가족들에게, 회사 멤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 크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아들, 리더의 모습인가. 믿고 따라 주는 이들에게 한없이 죄송하다.


돈 몇 푼에 목숨을 구했다.


이 사고로 나는 미래의 내 목숨을 구했고, 나의 꿈으로 가는데 꼭 필요한 깨달음 얻게 되었다. 감사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생각들을 정리하고 복귀하겠노라 말해두었다.

나는 다시 복귀할 것이고, 여전히 꿈을 좇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아직 내가 할 일이 많기에 내게 또다시 주어진 값진 인생을 더 좋은 곳에 쓸 것이고, 큰 뜻을 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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